'참깨가 천 번 구르느니 호박 한 번이 낫다'는 말이 비가 내린 뒤 채마밭을 보면 실감을 한다. 봄가뭄에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물을 주는 것보다 한사흘 비가 슬금슬금 뿌리더니 작물이 부쩍 자랐다. 크게 온 비는 아니었다. 20 미리는 될 까, 그래도 밭작물에는 도움이 되었다. 단비였다.
야콘은 잎사귀가 활기차게 벌어지고 모듬 채소 새싹은 족보를 알아볼 수 있게 제법 모양새를 갖추었다. 옥수수 몸통이 튼실해지고, 오이도 땅힘을 받아 능히 줄기가 뻗을 태세다. 토마토는 꽃이 피었다. 잡초도 덩달아 이번 비에 힘을 얻기는 마찬가지.
비만 내린 게 아니라 바람이 불었으므로 토마토 가지가 꾸부러졌다. 지지대에 단끈으로 묶어 주었다. 미인고추, 아삭고추 곁순 가지도 잘라주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열매 채소들을 따라잡으려면 한동안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그런데 감자가 궁금하다.
한 달 뒤면 햇감자를 캐야 하는데
얼마나 자랐을까.
내일, 어디 한번 살짝
한 포기 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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