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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재래시장의 태안 스타일 / 태안 스케일




'재래시장에서 물건 한번 사기 겁난다.'고

집사람은 늘상 말한다.


스트레스를 팍팍 받는 건

값이 꼭 비싸서가 아니다.


손님이 원하는 수량을 도무지 무시한다.


두 사람 식구에 많이 살 필요가 없어

소량을 달라하면 표정이 달라지며

말대답이 퉁명하다.

 

예를 들어 '낙지 세 마리'란 말은

입도 뻥끗 못한다.

단번에 '그거 사서 어디 붙일거냐?'고

반격이 날아오기 때문이다.


최소한 열 마리 스무 마리는 돼야

직성에 차는 것이다.






태안시장에서 흥정이란 없다.


용기를 내 쭈뼛거리며 값을 물어보면

'살거요? 안살거요?!' 말투에

주눅부터 든다.


파는 사람 상인의 심정도 이해하지만

사는 고객의 입장은 온데간데 없이

아예 묵살이다.








태안 물가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최상위에 드는 곳이다.


태안이 뜨내기 사람들이 흘러가는

관광지라 그런 가.


지방마다 스타일이 있고 스케일이 다르겠지만

태안 스타일 스케일은 15년 전,

귀촌 초기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런 재래시장 상거래 풍속도를

우스개 삼아 그동안 토박이 여기 사람들에게 얘기했더니 

다들 단번에 긍정하는 걸로 보아

알면서 어쩔 수 없는, 오래 몸에 밴

해묵은 관습인 듯.







'낙지 세 마리'에 오늘

태안 시장 안가서 좋다.


오늘도 이웃에서 가져다준

개펄에서 갓 잡은 낙지에

마음이 여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