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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일기- 돈보다 양심... 마늘수매 뒷이야기






나흘 동안 농협에서 실시한 난지형 호남마늘 수매가 끝났다. 열흘 쯤 뒤 한지형 6쪽 마늘 수매가 아직 남았으나 물량이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 마을에서 비교적 마늘 농사를 크게 했다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대충 이렇다.





작년에 2.500평 심어 3천만 원 수매가를 받았으나 올해는 3.500평에 3천만 원. 1.000평을 늘여 심었는데도 수매 총액이 같은 이유는 농협이 책정한 수매 단가가 마늘 크기의 대,중,소에 따라 키로 당 단가가 각각 2.850 원, 2.600 원, 2.000 원으로 작년에 비해 500 원 씩 하락했기 때문이다.

마늘농사는 재배기간 가장 긴 작물이다. 가을 10월에 심어 겨울을 넘기고 6월에 수확한다. 1년 농사다. 그만큼 농부의 손길이 많이 가고 자연 재해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지난 겨울에는 몇십 년만의 한파로 마늘이 얼어죽었음에도 수매가가 하락한 이유는 전년도에 마늘 가격이 좋아 전국적으로 마늘 재배 면적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매가 3천만 원을 따져보면, 2천만 원이 종자값, 보온비닐, 농약, 비료, 트랙터 기름값 등 재료비, 심을 때 수확할 때 용역 인건비로 이미 지출되었고 순 이익은 천만 원으로 부부 두 사람이 일한 댓가이다. 마늘 농사 지어 먹고는 살겠지만 남는 건 없다는 것. 그나마 바다가 가까이 있어 수시로 낙지 잡고 농한기에는 감태 생산 작업으로 목돈을 만질 수 있어 다행이라는 것. 낙지, 감태도 엄청난 육체 노동이라 갈수록 점점 허리가 꼬부라져 언제까지 지속할 지 알 수 없다는 것.








무엇보다도 마늘 수매에서 불량 딱지를 안받고 무난하게 통과된데 일단 안도하는 표정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생산품 불량이 생산자 양심 불량으로 동일시 되는 건 견딜 수 없어, 먼저 쭉정이 숫마늘과 벌마늘을 가려내고 농협에서 준 규격의 잣대대로 대,중, 소 크기대로 철저히 선별에 선별을 거듭했던 수고로움이 묻어난다.  무엇보다 우리 마을에는 한 사람도 '양심불량'이 없었다는 사실.

삼복 더위가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찬 기운이 일면 종자 고르기부터 또 한해 마늘 농사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