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 정짓간에 숟갈이 몇 개인지
누가 부부싸움을 했는지도 죄다 아는
시골 마을에 비밀은 없다.
우리 농촌이 그러하다.
아낙네들의 마실 뒤에는 이런저런
이야깃거리가 묻어온다.
마실에서 돌아온 집사람에게서 오늘
전해들은 이야기인 즉,
옆집 아주머니가 온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었다.
아주머니는 '신경성 운운...' 의사의 설명이
마뜩치 않았다.
의사가 마침내 적절한 표현으로 진단을 내렸다.
"내년에 마늘 농사가 잘 되면 저절로 낫는
마늘병입니다."
이 이야기가 돌고 돌아 건너 마을 할머니가
보탠 담방 처방은.
"내년은 무슨 내년. 일 안하고 놀아서 그려.
바빠봐. 당장 낫는 병이여."
여느집 마늘은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이 때
옆집 마늘 농사는 누가 보더라도 설농이다.
연작을 하니 그렇다느니, 거름이 부족해서 그렇다느니...
오가는 사람마다 한마디 씩 거들었다.
그렇잖아도 나는 둥 마는 둥 듬성듬성한
마늘밭만 보면 속이 상하는 판에
들려오는 입방아 소리가 아주머니 귀를 비켜갈 리 없었고
스트레스가 되어 쌓였다.
온 몸이 쑤씨고 아팠던 것이다.
'마늘 증후군'이었다.
아주머니는 오늘 열심히
마늘밭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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