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하수상하다.
갑자기 컴컴해지더니 눈보라가 쳤다.
어제 널어놓은 무 말랭이가 밤새 언데다
흠뻑 눈을 맞았다.
흰 무에 흰 눈이 보태니
더욱 더 희다.
얼었다 녹았다 하며 노르짱하게 마른
이런 무말랭이가 달고 쫄깃해서
더 맛있다늘 걸 나는 안다.
금새 하늘이 파랗게 갠다.
기러기가 난다.
어제 썰다 만 무를
마저 썰었다.
무를 자르다
파르스름한 윗을 슥삭슥삭 잘라서
한 입 베어먹는 이 맛에
무를 만진다.
초승달이 떴다.
귀촌의 하루는 또
이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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