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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또 다른 '귀촌 분투기'





"쇠막대기에 볼트 낫트 박아 올린 걸...저걸 집이라고...쯔쯔!"


"희한하게 짓네. 콘파스 태풍같은 거 한번 오면 당장 날아가버려유."


"옴팡집에 살아쓰머 살았지유. 내돈 주고 저런 집엔 안살아유."


"쇠붙이에...저그 집이머 저리 짓겠씨유. 저게 창고지..."


"공사업자는 빨리 지어야 허구, 땅 주인은 싸게 지어야 허구...팔아버리구 가면 그만이쥬."


우리집 바로 뒤 길 건너 6개월 째 집짓기를 하는 공사 현장을 바라보며 우리 마을 사람들이 한마디 씩 던지는 말들이다.


"실제는 대단위인데 소음,비산먼지,공사기간... 규제가 있으니 주인을 여럿으로 만들어 놓구 개인 단독주택처럼 짓는 거죠. 건축주, 건설업자들이 법의 맹점을 노리는 거지요."


읍사무소 공무원의 말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어요..."





읍장도 두 번 다녀갔다.

군의회 의장을 만나고 군의원도 다녀갔다.


뭔가 달라져야 하는데 막무가내 그 후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하나같이 묵묵부답이다.

어쩔 도리가 없단다.


"그럼, 피해는 누가 보는 거요? 법을 고쳐야 할게 아니요!"





점점 날씨가 더워지니 뒷문을 열어야겠는데 이웃 주민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않고 쇠톱, 망치질, 태커, 자재 던지는 소리에 문을 열 수가 없다. 커튼을 열면 창문으로 바다가 보인다.


지난 금요일, 나를 찾아온 건설계장에게  거실 뒷면의 커튼을 가리키며 말했다.

평소 아침에 일어나면 맨 먼저 걷어젖히던 커튼을 여섯 달 째 한번도 걷지 않았다. 철강재, 쇠붙이 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다. 소음 차단도 차단이지만 창문을 통해 보이는 삭막한 현장을 보고 싶지않았던 것이다. 


 "저 커텐 좀 걷게 해주소. 언제 걷을 수 있는 지나 알려주소. 그리고 민원을 이야기하면 제풀에 나가떨어지겠지 허구 깔아 뭉개지만 말고 피드백 해줘야 할 게 아니요. 도대체 공무원들이 하는 게 뭐요?"





오늘 전화가 왔다.

 

"설계사무소에 물어 봤더니 6월 10일까지는 끝내겠답니다."


그나마 지금까지 유일한 피드 백이다.


그런데 설계사무소가 어찌? 건축주, 건설업자도 아니고...

우리나라 주택 행정의 매커니즘이 알쏭달쏭하다.


그래 6월 10일, 세상이 조용해지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