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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일기- 누렁호박, 검은호박 이야기







14년 전, 귀촌했을 때,

이웃에 사시던 버갯속영감님께서는 이런 것 저런 것을 보이는대로 생각나는대로

지나가는 길에 가져다주시곤 했습니다.

 

지금은 매실나무와 개나리 울타리가 자라서 시야를 막는 바람에 안보이지만 그 때만해도

간사지 논 옆 버갯속영감님댁 비닐하우스에서 올려다 보면

내 까만 차가 한눈에 보였고,

어느날엔 하우스에서 양파 가리는 일을 하시다가 팽개치고

양파망에 양파를 터지도록 넣어 짊어지고 오셨습니다.


"이 무거운 것을...저가 가두 되는데..." 하고 놀라는 나에게 

"남에게 줄 때는 좋은 걸 줘야해유. 가져다 줘야지유."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해 이맘 때였습니다.


호박 모종을 잔뜩 가지고 오신 겁니다.

모종판에는 '누렁호박','검흔호박'이라고 팻말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내가 검은 호박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조선호박 누렁텅이는 겉이 노란데,

검은 호박은 꺼풀이 검은 푸른 빛이 돌고 호박 속살이 누렁텅이에 비해 발갛고

나중에 호박고지를 했을 때 빛깔이 선명하기도 하거니와

훨씬 달고 맛이 있습니다.


그 뒤로 나는 해마다 검은 호박을 심습니다.









호박씨를 간수해 두었다가 이른 봄에 모종을 만들면 되는데

이번 봄에는 검은 호박모종을 놓쳤습니다.

내가 호박 모종을 안한게 아니라 무슨 영문인지 움이 트지않았습니다.

그런데 읍내 모종시장에 눈을 딲고 봐도 물어 봐도

검은호박 모종이 없는 겁니다. 







오늘 모종시장에 갔다가 검은 호박 모종을 구했습니다.


호박구덩이를 크게 만들어 다섯 그루를 심었습니다.

뒤늦게 였지만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닙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더 한층 밑거름 많이 하고서

열심히 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