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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빨강,노랑 구아바의 추억









지난 2월로 

유효기간이 만료가 된 은행카드가 있었다.

 

집에 앉아서 재발급을 받으려면 

휴대폰으로 1588-1599로 신청하라기에 

굳센 인내심으로 몇 번을 시도했지마는  

숨 쉴틈 없이 연달아 요구하는 번호와 숫자의 기계음 앞에 

속수무책   

내 손가락 재주로는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어 

번번이 패퇴한 다음 끝내 포기해버린 

그 착찹함이란.

 

달랑 카드 재발급 때문에 서울나들이도 그렇고 

아예 겸사겸사 한번 올라갈 가 하다가 

귀촌 생활이 마냥 한가하고 여유롭지만 아니해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지점이 60 키로 떨어진 

같은 충청도 홍성에 있다기에 

마음 먹은 김에 오늘 이른 아침 

서둘러 집을 나섰던 것이다.


시골에 살면 

별아별 불편이 다 있다.







귀촌한 직후부터 십 년 가까이 

대형 화분에 담아 키우던 구아바 나무 다섯 그루를 

아깝게도 이태 전에 얼려 죽였다.

겨울이 되면 재빨리 실내에 들여다 놔야 하는데 

미그적거리다가 앗차 하는 순간 뿌리까지  

얼어버렸던 것이다.


구아바는 페루 등 중남미 안데스 지방이 원산지라 

추위에 약하다는 걸 삼척동자도 아는 바, 

우리집에 와서 겨울을 여러해 지나봤기 때문에 

어련히 추위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지 않았나 하는 

독불장군식 혼자만의 착각은 

열대 식물에게 통하지 않는 무지의 소치였다.





겨우내 양지바른 거실에서 지내다가 

봄이면 마당에 내다 퇴비거름으로 분갈이에 전정을 해주면 

여름에 하얀 꽃 피고 지고, 

가을이면 달콤 새콤한 구아바 열매를 주렁주렁 

달아주었던 것이다.


구아바가 익어갈 무렵에 오는 손님들에게 

노랑 구아바, 빨강 구아바 색갈 별로 한두 개 씩 

나무에 달린채 따먹도록 한 것도 

내 나름 귀촌을 향유하는 재미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집을 다녀 간 분들도 

기분 좋은 추억으로 

구아바 이야기를 더러 한다.

 








구아바 카스테라.


구아바 차.

연거푸 다섯 잔을 마셨다.








홍성 가는 길도에 천수만 제방도로가 있고 

동쪽 끄트머리 부근에 

'천수만 구아바농원'이 있다.


10여 년 전 처음, 

구아바 나무 묘목을 살 때도 여기서 였기에 

오늘 홍성서 돌아오는 길도에 들러서 구아바 나무 

두 그루를 다시 샀다.


농원의 이명춘 사장 내외가 그 때나 

마음 쓰임새가 변함이 없었다.


헤어지는데 서둘러 구아바 에키스와 

구아바 잎차를 싸주셨다.


카드 재발급 스트레스는 

구아바 추억으로 말끔히 종료.  







무식하게, 한편으론 게을러서 

구아바 얼려죽이는 일은 이젠 

없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