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 담글 김치통을 가셔놓는 일이
먼저다.
돋아난 햇살을 틈타 밭에서
무를 뽑았다.
하루종일 찌뿌둥했던 하늘에서 드디어
빗방울이 듣는다.
이럴 때가 아니다.
무밭에서 긴급 철수다.
마당에 펼쳐놓은 무 말랭이 때문이다.
꾸들꾸들 말라가는데 비를 맞치면 산통.
들숨날숨으로 달려와서
돗자리를 걷었다.
무말랭이 응급 대피.
한줄기 비가 스쳐지나간 뒤 햇살이 나는 건
이 또한 무슨 조화.
하긴.
상시사철 이런 날이 어디 한두 번인 가.
널었다가 거뒀다가.
어제 저녁에는
왕방울같은 별들이 까만 밤하늘에 총총터니
오늘 새벽 이 시간에 창밖은
빗소리로 요란하다.
뽑아다 놓은 무가 마당에 가득하다.
어제는 11월,
오늘은 12월.
오늘은 비가 와도
동치미와 총각김치를 나누어
담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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