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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옥수수는 익었는 가, 고추는








아예 눈을 질 감고서 밭에 얼씬거리지 않는 이상 

눈에 보이는 게 일이다. 

생각지도 않은 일이 일을 만들기도 한다.


저쪽 일 하다가 이쪽 일을 보면 

저쪽은 감빡 잊어버린다.


농촌에서 농부의 일상이란 

이렇커니 해둔 지 오래다.







그러나 어린 채소에 물 주는 일은 어쩌다

깜빡 자다가도 화들짝 내려가 기어이 

물을 줘야 한다.





여리디여린 상추와 쑥갓이 뙤약볕에서 

된통 몸살을 하더니 

냄새 물맛에 이제사 정신을 차렸다.


고구마 줄기도 잔뿌리가 땅에 박히지 않도록 

슬쩍 한번 들춰준다.






고추가 익으면 따서 말려야 하고, 

윗밭의 옥수수도 수염의 형색을 보아하니

딸 때가 되었다.


한동안 참하게 익으면 더 고소한데 

입이 갖은 사람들은 부드러운 게 좋다며 

기어이 서둘러 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