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오늘 통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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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가 끝나자 마자 이 책을 꺼내 들었다.
'마술사'.
1968년 발행.
그 때 그 시절로서는 드물게 두텁게 치장을 한 장정본이다.
책거풀이 빨간 이 책은 낡았다.
자주 뽑아 읽었대서 낡은 게 아니다.
서가에 그대로 꽂혀 있었는 데도
금박을 입힌 책 이름은 거의 보이지 않고, 표지 색갈마저 빨강인지 주홍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바랠대로 바랬다.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저자는 말했다.
수십 년 세월에 이미 역사가 되고
벌써 신화가 된 건 가.
절로 낡았다.
'천망'을 읽었다.
5년 만이다.
무슨 연때가 맞으면 천망을 읽는 셈이다
거슬러 생각해 보니 5년 전에 통화를 한 뒤도
마술사를 꺼내 천망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5년 만에 오늘 걸어본 전화 한 통화도
연때라면 연때다.
'천망'은 '마술사' 안에 들어 있는 단편 소설이다.
'마술사'는 나림 이병주 첫 소설집이다.
'마술사'에는 '알렉산드리아', '마술사', '천망' 세 작품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굳이 천망에 눈길이 먼저 가는 것은
47년이 지나도 그 때, 처음 읽었을 때,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하늘의 그물 이야기 즉, 거를 건 거르고만다는 인과응보의 기승전결이
너무나 강렬하게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우수에 물든 젊은 여성의 얼굴은
그 얼굴이 아름다울 때 더욱 매력적인 것이다...
...청년은 그 방에, 발광한 창숙이 곁에 청춘을 묻어 놓고
혼이 나간 텅 빈 육체만을 이끌고
서울로 돌아왔다...
'천망'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 소설집 '마술사'는 그 친구가
47년 전 나에게 준 것이다.
그 친구는
이병주 님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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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5년 만에 오늘 전화기를 다시 손에 든 연유는
'2015년 이병주 하동 국제문학제 10월 2일' 운운... 테레비 자막이
휙 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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