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서 우리집을 '황토집'이라 하듯이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에 '뽐뿌집'이 있었다.
뽐뿌가 개인 소유였을 것이다.
멀리 우물로 물 길으러 가느니 뽐뿌집에 가서 물 긷는 것이 훨씬 편했기에
아낙 장정 할 것 없이 늘 문전성시였다.
그중에서도 한여름에 뽐뿌 물머리를 대고 뽐뿌질을 할 때마다
콸콸 쏟아지는 물줄기를 그대로 맞는 등물이야말로
희미한 옛추억의 한자락이다.
등목의 맛을 그 때 알았다.
작년까지는 하루에 세 번도 하던 등목이 두 번으로 줄었다.
새벽 일을 줄인 탓이다.
그 때 그 뽐뿌는 아니어도
고무다라에 담아두었던 물을 사정없이 뒤집어쓰는 그 맛이야 진배없다.
등목하는 맛으로 땀을 흘린다.
오늘부터 월동 작전 돌입이다.
김장배추 모종을 심으려면
고춧대를 걷어내는 일부터 시작이다.
땀 난다.
내일, 땅 파서 뒤집고 골라서
모레, 읍내 나간 김에 배추 모종 사와서
글피 쯤 심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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