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린 비에 한껏 자랐다.
어쨌거나 잘리고 잘라야 할 운명의 그날은
올해도 도리없다.
해마다 요맘때 딱 한번 맛볼 수 있다.
아랫밭 언덕바지와 수돗가 시눗대 울타리 사이에 얼기설기 서있는
두릅나무가 그것이다.
어쩌다 시야에서 놓쳐버려서 훌쩍 커버린 뒤에야 뒤늦게
새삼 발견하고선 때늦은 후회로
아쉬워한 적이 두어 번 있었다.
두릅순.
애시당초 푸른기라고는 도무지 찾을 길 없는데 데쳐놓으면
어찌 이다지도 푸를꼬.
향긋하며 생기한 그 맛일랑 또
어디에 숨었다 나오는 걸 가.
자연의 오묘함은
알다가도 모를 일.
해가 가고 달이 바뀔수록
두릅 따는 날이 나에겐 비로소
귀촌이다.
'귀촌하신다구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촌일기- 콩밭 매는 남정네 (0) | 2015.04.26 |
---|---|
귀촌일기- 귀촌이란? 질문에... (0) | 2015.04.23 |
귀촌일기- 남자의 공간 (0) | 2015.04.20 |
귀촌일기- 36명, 여성회관 차밍교실의 봄나들이 (0) | 2015.04.18 |
귀촌일기- 농부의 하루, 내가 한일 내가 모른다 (0) | 2015.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