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80년대 회사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년말의 휴가보상비의 맛을 안다.
근속년수가 늘어날수록 자동으로 늘어나는 연차휴가에 매달 하나씩 나오는 월차 등
이런저런 휴일을 모아두면 일당을 날수로 계산해서
절묘하게 그것도 년말에,
해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현찰로 받는 두툼한 봉투가 월급을 능가했기에
그 짭짤함이야.
게다가 눈먼 쌈짓돈이라
여차직 그어놓은 외상값도 이 때만은 호기롭게 정리하는 등 월급쟁이의 애환을 달래고,
가장으로서의 체면을 유지해 주는 비자금으로
그 효용가치가 무궁했다.
휴가는 소진하라 무조건 쉬어라 하는 회사방침이 휴가소진계획서 제출로 발전하고,
폐지 운운..까지 이르런 한편으로
모든 회사업무가 전산화 되는 바람에
설령 쥐꼬리 같은 휴가보상비가 나오더라도 은행구좌로 어디론가 - 아마도 마누라-
자동으로 빨려들어가
봉투는 커녕 한푼도 만져보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허무하게도 시대가 변한 것이다.
그나마 명맥이 남아있었던 즐거움이 연말정산이었다.
세금을 먼저 떼고 나중에 떼고 하는 건 조삼모사다.
13월의 보너스니 뭐니 하며 기다리는 기대감이 연말정산에 있었다.
유리지갑 부대를 화나게 만든 건
이 시대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기대감을 무참하게
박탈해버렸기 때문이다.
연말정산 환급의 추억을 돌려다오!
뒤덮은 함성에
정치권이 허둥대며 진땀을 흘린다.
나는
하루종일 고추밭에서 철지난 고춧대를 뽑으며
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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