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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무말랭이(7) 빨간 신호등, 귀촌의 후유증인 가

 

 

 

 

 

 

궂은 날씨에 우여곡절 끝에 만든 무말랭이를 시집 보낸다고...

보내는 데까지는 좋았다.

 

집행부가 준비한 이런저런 참석 기념품 쇼핑백에 한봉지 씩 넣어주면 된다.

해마다 해오던 거라 그대로 하면 되는 일이었다.

 

굳이 공지를 하지않아도 무말랭이가 들어있으면 태안의 친구

김 아무개가 만들어온 것이라는 건 이제 다 안다.

더더욱 마나님들이 먼저 안다.

 

고등학교 동기 송년회 이야기다.

 

 

 

 

해마다 강남의 어느 자그마한 호텔은 십 수년간 고정 송년회 장소다.

 

한때 80명을 웃돌던 참석 숫자가 줄어들어 이제 60단위로 떨어져

부부동반, 싱글을 감안하여 내가 준비하는 무말랭이 봉지 수는

40개면 족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만큼 무말랭이를 일손이 가벼워졌으나

돌이켜 마음 한구석에 허전함이 먼저 찾아온다.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세월은 고장도 없나.-

 

 

 

 

 

 

권커니자커니 잔이 가면 총알처럼 되돌아 오던 때도

옛날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덜 마시는게 술자리 병법에

상책이라는데,

이론은 알아도 실제는 안되는게 이 또한 병법이라

태안 촌놈이 올라가면 집중포화를 면키 어렵다.

 

마지막 쯤에 나온 빼갈 만은

사양했어야 했다.

 

 

 

 

 

빨간 신호등.

 

귀촌의 후유증인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