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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일기- 80대 부부의 거리는 몇 미터일 가

 

 

 

 

 

 

 

 

 

매일 우리집 뒤를 오가시는 80대의 부부.

 

물때에 맞춰 바다로 가고 바다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개펄에서 바깥양반은 낙지를 잡고,

안사람은 굴을 딴다.

 

오손도손 얘기도 해가며 나란히 걸어도 좋으련만 

영감님이 멀찌감치 앞서 걸어간다.

 

영감 할멈이 나란히 걷는 걸

한번도 못봤다.

 

 

 

 

 

 

 

오늘 도내나루 갯가에서

우연히 만났다.

 

 

 

 

 

 

살짝 열어보니 낙지 여덟 마리가 통속에서

놀고 있다.

 

영감이 낙지를 잡고 기다리다 못해 굴 찍는 할멈을 찾아서

개펄로 들어갔다.

 

 

 

 

 

 

굴뻑 다라를 끌고 나왔다.

 

 

 

 

 

'어서 나오누.

이그,욕심만 많어 가지구...'

 

물은 들어오는데 빨리 나오지 않는 마누라를 도우러

영감님이 다시 개펄로 들어갔다.

 

 

 

 

'이리줘잉.'

 

'에구구...허리야.'

 

 

 

 

 

 

 

 

'한번 잡숴봐.'

 

옆에서 얼쩡거리는 나에게

백설기 떡 한쪽을 권했다.

 

점심 때가 다 된 이 시간에

척 보기에 꿀맛임이 분명하다.

 

'두 분이 드시이소.'

 

 

 

 

 

찬바람이 불어제끼는 개펄에서 쪼그려서 까기 보다

무겁지만 굴뻑채로 끌고나와

양지바른 바위 아래서 다리 쭉 뻗고 편히 앉아서 깐다.

 

어제 까서 내버려둔 굴껍데기가

하룻만에 빛이 바래 허옇게 너부러져 있다.

 

 

 

 

'남자라구 못하남?

갯가 살라머 굴 깔 줄두 알어야헌다니께.'

 

영감님도 굴을 까기 시작했다.

 

'추운데 이러키 매일?'

 

'어허,집에 있으먼 뭘혀.'

 

 

 

 

 

확 풀린

참 따뜻한 하루.

 

오늘은 돌아올 때  

영감할멈 거리가  

얼마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