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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일영,장흥,송추의 교외선과 도산공원의 가을

 

 

 

 

 

 

 

 

월드컵 축구장이 들어서고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 숲을 이루는

상암동.

 

내가 살았던 40년 전의 상암동은

한강 하구의 섬 하나, 버드나무 숲이 있고

한강물이 불면 섬이 되고 물이 줄면 모래밭으로 육지가 되던 섬 아닌 섬,

난지도를 옆구리에 낀 서울 깡촌이었다.

 

천정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백열등 희미한 철길 밑 굴다리를 벗어나

수색역이라 교외선 타기가 좋았다는 느낌 만으로 

상암동 시절을 추억할 뿐

 

찬바람이 불때까지 콜레라가 창궐하였던 어느 해 가을날,

교외선 타러 갔다가 수색역 광장에서 방역팀을 만나 울며 겨자먹기로

콜레라 예방주사를 맞아야

개찰구를 들어설 수 있던 기억이 엊그제다.

 

교외선이야

신촌역에서도 타고 가좌역에서도 탔다.

 

서울 생활의 초장 2십 여년을 서대문구에서,

지금은 은평구로 분구되었지만,

줄곧 살았기 때문이다.

 

 

 

 

 

북한산,도봉산,사패산,노고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일영,장흥,송추의 계곡을 따라 교외선 기차는 달렸다.

 

느리다고 탓 하는 사람도 없었고

덜컹거린다고 시비 거는 사람도 없었다.

 

낭만을 싣고 젊음을 달렸다.

 

일영,장흥,송추의 가을을.

 

 

 

 

 

 

 

 

 

 

 

마지막 기적소리와 함께 사라진 교외선.

 

녹슨 기찻길.

 

일영,장흥,송추엔 가을이 없다.

 

플랫홈의 빈의자.

 

철길 건널목 차단기는

누구를 기다리나.

 

콘크리트 돌다리 아래의 일영,송추는

일영,송추가 아니다.

 

 

 

 

 

 

 

 

 

 

 

 

서울의 가을은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지나

도산공원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