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참으로 오랜만에
마릿수가 심심찮았고 우럭도 씨알이 굵었고 아나고도 듬직했다.
왠일이야! 한번도 구경 못했던 팔뚝만한 농어도 오늘따라 올라왔다.
달이 밝으면 안잡힌다는 속설도 오늘은 무색했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
도내나루를 한시반에 출조한 한낮에는
나무랄데 없는 가을 날씨였다.
그러나 해 떨어진 밤바다는 추웠다.
밤 열한 시,
돌아올 쯤에는 둥둥산이로 미리 몇겹이나 껴입었던 단도리도
밤바람엔 미진했다.
나야 전화 한통화로 불러주면 낚시 바구니 메고 언제든지
선창으로 뛰어나올 태세가 되어있는 몸이지만,
낚싯배를 가진 박 회장의 가을은 자기 농삿일마저 제쳐두고서
콤바인이 있다는 이유로 이웃에 바섬(바심)까지 다니랴 그동안 눈코 뜰새 없었다.
게다가 날씨마저 수고로이 했기에
예년같으면 그총중에도 서너차례는 있고도 남았을 바다낚시의 황금 찬스를
빤히 알고도 놓쳤다.
"아무래두 올핸 끝이쥬?"
"아뉴. 두어번은 남았슈."
11월의 밤 바다 낚시는 더이상 무리라는 걸 알기에
내가 은근슬쩍 떠본 질문에 박회장은 확신했다.
가까운 시일내 또 있을 기대감에
저으기 안심했다.
조황만 좋다면
밤바다 추위 쯤이야 별거더냐.
설혹 못올갑새 내일 당장 또 와야지 결의를 다짐하는 게
낚시꾼의 생리다.
'동네방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촌일기- 11월의 바다낚시(3) 우럭 말리기 (0) | 2014.11.07 |
---|---|
귀촌일기- 11월의 바다낚시(2) 팔봉산 우럭 (0) | 2014.11.06 |
귀촌일기- 농부의 가을, 10월과 11월 사이 (0) | 2014.11.01 |
귀촌일기- 어촌계 패션, 바지락 종패 작업하는 날 (0) | 2014.10.28 |
귀촌일기- 외나무다리, 드디어 건너다 (0) | 2014.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