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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일기- 들깨 모종을 누가 두고 갔을가?

 

 

 

 

 

 

 

가시덤불을 만지지않는 다음에야

나는 맨손이다.

 

손바닥,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흙의 따스함.

 

나는 흙이 좋다.

 

밭일이 좋다.

 

 

 

 

 

오늘 아침

동쪽 밭의 모양새다.

 

 

 

저녁무렵에는

이렇게 바뀌었다.

 

 

 

 

 

이른 아침에 보니 대문간에 뭔가가 소복히 놓여있다.

들깨 모종이다.

 

누군가가 두고 갔다.

 

모종이 남으면 이웃간에 서로 나누어 준다.

 

얼굴 마주치는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미리 얘길 해두면,

 -주로, 집사람이 마실 가서 외교력을 발휘한 덕분에-

지나가는 걸음에 가져다주거

가져가라는 기별이 온다.

 

매실나무 주변의 잡초를 정리하려던

오늘 일정 계획이

느닷없이 들깨모종의 하루가 되었다.

 

 

 

 

 

 

봄에 심는 들깨 모종은 깻잎용이나

동네 사람들이 지금 심는 들깨는 가을에 가서

들깨 씨를 수확하기 위해서다.

 

들깨 소출이 쏠쏠하지않는 건 아니나 무척이나 부지런을 떨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들깨 추수는 언감생심이라,  

내가 심는 들깨 모종은 봄 가을 할 것 없이 오로지

깻잎을 먹기 위함이다.

 

아이 어른 모두 잘 먹는

장아찌용이다.

 

 

 

 

 

어제는 서쪽 밭에서 잡초를, 오늘은 동쪽 밭에서 들깨를,

그야말로 서분동주하면서

 

갈아입는 작업복 두벌에 샤워 두번,

 

오뉴월 긴긴 하루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서산 마루에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