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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일기- 상수도와 우물의 차이

 

 

 

 

 

 

 

반갑지 않은 일일랑 때론 겹쳐서 오기에

이번 수돗물 대란은

우리 마을 역사상 일찌기 없었던 최악이었다.

 

시기적으로 물을 가장 많이 쓰는 여름인데다,

가족 친지들이 많이 찾아오는 주말에다,

두 가지 재변이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리하는 일꾼들 마저 쉬었다.

 

 

 

 

결정판은,

 

배수지 펌프장에 모터 고장이야 통상 일어나는 일이라 치더라도

겨우 복구가 완료되는 바로 그 싯점에

마침 심야보일러 전기 공사를 하던 어느 집에서 전주를 박는다는 것이 

하필이면 땅에 묻힌 배수관을 관통하여 박는 바람에

인근이 온통 물난리가 나버린 것이다.

 

이거야 말로 앗차 실수였다.

 

 

 

 

평소 같으면 하루 낮에 끝날 단수가 

이번에는 꼬빡 이틀 밤을 보내고 사흘 째 되는날 느지막에 

겨우 복구되었다.

 

 

 

 

 

 

물 관리 책임자인 반장은 반장대로 

이 농번기에 집안 농삿일 제쳐두고 동분서주 하였고,

주민들 또한 이미 들은 바 자초지종을 뻔하게 아는 처지에

이제나저제나 오로지 인내심의 발휘 외 달리

방도가 없었다.

 

 

 

 

바닷가라 물이 귀했던 마을에 간이 상수도가 건설된 건

내가 귀촌하기 이태 전인 2002년.

 

2키로 남짓 거리의 건너마을 어은리 염장마을에서 지하수를 끌어와

마을 당산 중턱에 만들어진 배수장의 물을 나누어 받음으로써 

우리 마을 20여 가구가 수돗물 혜택에

동참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전엔 우리집 바로 아래 있는

-녹슨 함석 판때기마저 벗겨진채 그 흔적만 남아 있다-

동네 우물에서 물동이 물지게로

길어다 먹었다.

 

 

 

 

 

앉아서 먹는 상수도.

길어다 먹는 우물.

 

어쨌던 물은 먹어야 한다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