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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고구마 모종심기(둘쨋날) '올해는 먹을 만큼만 심자!'

 

 

 

 

 

 

 

고구마 순 잘라가라는 옆집 아주머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득달같이 달려갔다.

 

이미 심고 남은 거라 언제 파서 없애버릴지 모르는 데다,

가져가라 할 때 미적거리는 것도 밉상스럽고

경우에 없는 짓이다.

 

 낫까지 챙겨주며

'굵고 좋은 놈을 가져가라'는 아주머니의 말 한마디가

고맙다.

 

 

 

 

 

 

 

충청도 여기선

감자는 감자요, 고구마도 감자라 한다.

 

어쨌던 고구마는 감자와 다르다.

 

감자는 심는 과정이 까다롭다.

거름을 많이 넣고 비닐 멀칭을 해야하는 데다

씨감자를 소독한 칼로 쪼개는 등, 번잡스럽다.

 

고구마는

고구마순을 잘라서 대충 다듬어 땅에 꽂으면 된다.

 

문제는 캘 때이다.

 

뿌리가 깊이 들어박히는 고구마는

잡아당기면 줄줄이 달려나오는 감자에 비해 몇 배나 힘들다.

 

더더욱 우리집은 황토땅이라 딱딱해서

캘 때 애를 먹는다.

 

심을 때 충만했던 의욕과 달리 

캘 때 다 못캐고 차일피일 밭에 방치하다

해를 넘기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두어 이랑 정도로 먹을 만큼만 심자는 말이

고구마 모종을 심을 때면

저절로 입에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도

먹을 만큼만 심자며 굳세게 작정을 하고

오늘 고구마 모종을 심었다.

 

딱 두 이랑이다.

 

 

그러나...

 

 

 

 

 

 

옆집에서 가져온 고구마 모종이  넉넉한데

이걸 어떡하나?

 

게다가 감자 캐낸지 얼마 되었다고 만고강산 기승을 부리는

잡초의 형색을 보니 두고만 볼 수 없다.

 

캘 때 고생은 나중의 일.

 

애당초의 방침에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잡초부터 걷어내고 이랑 만들어 고랑을 내는 일이야

땀 몇방을 더 흘리면 되는 걸.

 

 

 

 

해마다 되풀이 되는,

생각과 행동이 따로 놀 때가

고구마 심을 때다.

 

고구마 심기는

내일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