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박 모종을 심을 때면 왠지 긴장이 된다.
해를 거르지 않고 박을 심는 까닭은
처마밑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한여름의 운치 때문이다.
귀촌한 초장에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주렁주렁 열렸던 박이,
어느해 부터인가 슬금슬금 부실해지더니 급기야 최근 몇 해는
박 농사랄 것도 없이
겨우 두어 개로 면피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으니,
이 또한
무슨 조화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대는 끊어지지 않았다.
작년 박이 모양새는 흡족하지 않았어도 씨 만은 확실했던지
초봄에 모종으로 부은 박 종자가 싹을 잘 틔웠다.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흔들리듯,
박 모종라고 다를소냐.
비가 내린 다음이라 오늘 박 모종을 심기엔
그저그만이다.
네 군데 명당 터를 고르고 고른 다음, 구덩이를 깊이 파서
갖추갖추 일찌감치 거름까지 넣어두었기에
옮겨 심기만 하면 된다.
내 정성
박 너는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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