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네방네

귀촌일기- 품앗이 고추모종 가식, 해거름에 돌아오다

 

 

 

 

 

 

 

 

그저께 우리 집 비닐하우스 비닐 씌우기 하러 왔을 때

김 계장한테 들은 바가 있다.

 

고추모종 가식을 해야한다는 말이었다.

 

고추 씨앗을 흩어뿌려 2주정도 자라면

고추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포트에 다시 옮겨심는 일을 

고추모종 가식한다고 한다.

 

버갯속 영감님 댁 품앗이 요량으로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올해는 만들어야 할 고추 모종이

7천개란다.

 

오늘 나에게 할당된 일은 50구 연결포트에 상토를

눌러 채워넣는 일이다.

 

 

 

 

 

원래 보조란 그런 것이어서 제 할 일을 하고도 시간이 남으면

눈치껏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알아서 해야 귀여움을 받는 법이다.

 

 

 

 

 

 

 

농사 중에 가장 힘든 농사가 고추 농사다.

초봄부터 가을까지 한여름 내내 고추밭에 발걸음이 그칠 새가 없다.

 

고춧가루 한 숟갈 먹기가 쉬운 일이 아님을 시골 와서 새삼 깨닫는다.

 

매운 고추,덜 매운 고추,아삭고추,청량고추 정도 흔히들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고추 품종이 1.400종에 이른다는 걸 오늘 알았다.

 

그 중에서 8종이란다.

 

빅스타,건초왕,PR무적... 등

 

 

 

 

 

 

 

 

"한번 해보시간?"

"내가 잘못해서 고추 농사  망치면 안되쟎유."

슬쩍 발뺌을 해보았다.

 

"실습을 하려면 지대로 해봐야쥬."

"허허, 그건 그러네유."

 

대나무로 만든 전용 치구로 살짝 홈을 파서 여린 모종 줄기를 잡고서 뿌리를

꽂아넣는 작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상만사 지금까지 이렇게 부드럽게 했다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져간 피망 씨앗을 뿌렸다.

봉지에는 100립이라 적혀있으나 135립이었다.

 

보온 온상에서 일주일 쯤 뒤면 싹이 보일 것이다.

곁방살이다.

 

 

 

 

 

오전 두어 시간 정도로 생각하며 갔던 걸음이 도저히 발을 뺄 수가 없어

해거름 다섯 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

 

안 하던 일이라 목덜미가

뻐근하다.

 

그러나 기분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