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슬슬 갈라져 터지기 시작하더니
해를 넘기며 눈보라에 못이겨 끝내 찢어져버린
비닐하우스 지붕.
5년만에 또 돈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 소리를 두고볼 수 없어 이웃에 부탁을 했다.
버갯속영감님 댁 '김 계장'이다.
전임 어촌계장이기에 김 계장이라 부른다.
자재를 사다두라고 해서 사다둔 지 한 달이 넘었다.
눈이 몇 차례 왔으나 그거야 대수롭지 않았다.
김 계장도 믿는 간량은 있다는 걸 나도 알기에
느직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주에 비가 온다는데
이제부터가 문제다.
고추모종 놓기에 한창 바쁜 이 때 마침 짬을 내
오후에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이 정도야 이제 혼자 허셔두 되쟎유. 올해 몇 년 됐시유?'
'10년인감유.'
'벌써 10년이유? 3년이면 풍월 읊는다는디...'
'풍월나름...허허...'
하우스 비닐 작업은 오늘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다리 갖다줘유.'
'.............'
'가위 좀 앗아줘유.'
'.............'
스프링 철사 좀 가져다줘유.
'.............'
칼 가져 있슈?
'.............'
'이 쪽에서 바싹 당겨줘유.'
'.............'
지붕 위에서 지시하는대로 나도 밑에서 할 일이 많았다.
'혼자 할 수 있는 기 아이거만유.'
'허긴 그러유.'
'보조가 힘은 더 든다니께유.'
곡괭이와 쇠톱을 번갈아 든 보조도 힘들었다.
두 시간 만에 121.000원 짜리 하우스 지붕공사는
끝났다.
3년 전 이맘 땐 기와지붕 위에 올라가 벽난로 굴뚝 청소도
김 계장이 해주었다.
나혼자 하긴 어렵고
일당을 주고 놉을 사기에는 일 같지않은 일 들이 많다.
얼치기 귀촌이 툭하면 이웃사촌을 지붕 위로
올라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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