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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무 아리랑

김상무 아리랑(24화) '눈치나 보며 슬슬 기지마!'

 

 

24.     

 

 

   82011시에  첫모임을 소집했다.  내가 에이플랜 팀장으로 결정이 된지 여드레 만이다.  창원, 청주, 천안에서도 서울로 올라오기 때문에 11시로 정했다.  되돌아가야 하는 시간도 고려했다.

 

트윈타워 서관 24층이었다.  칸막이 공사를 급히 마무리하느라 페인트 냄새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코끝을 찌르는 기름 냄새가 마치 전투 상황실같은 긴박감을 더해주었다.

  

 

 

계전 청주공장의 박동원 부장이 노크를 하며 나타났다.  

 

먼데 있는 놈이 먼저 오네. ”

 

반갑게 내가 말을 건넸다.

 

옛말에도 있쟎아요. ”

그런데 공장에서 금형 파던 놈이 서울 와서 제대로 하겄나.  촌놈 출세했네. ”

 

나는 농담을 하며 손짓으로 자리를 권했다.  박 부장은 3년 전 내가 청주공장 공장장일 때  금형제조부장이었다.  게다가 84년 금성계전 경영전략 5개년계획을 세울 때 참여한 적이 있었다.

 

“ 그럼 우리 신분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앉자마자 박 부장이 눈방울을 굴리며 질문을 했다.  본인들로서 큰 관심사였다.

 

“ 어떻게 되긴, 산전으로 다 넘어와야 돼. ”

“ .......  산전으로 다 옮긴다는 말씀입니까? ” 

어차피 한 회사가 될 거고.... 우리부터 먼저 합해야지 무슨 소리야."

계전이라는 작은 회사에서 산전이라는 큰 회사로 세적을 옮긴다는 건 더없는 희망사항이었다. 

 

" 무엇보다 책임감이 달라.  툭하면 친정집에 가고... 젖 먹으러 간다고...가고...

 

이런저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누그러뜨려주었다.

  

11시가 가까와오자 바깥이 웅성거렸.  정시에 회의를 시작했다.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있었다.   나는 그저 긴장감이라고 생각했다오늘 모임은 에이플랜 프로젝트 팀의 첫 가동이었다.  나는 첫 모임에서 이들에게 무슨 메시지를 줄 것인가 고심했다

 

‘ 3拍子. ’ ‘ 五味. ’ ‘ 易地思之. ’

 

사내 관리자 교육이나 신입사원 교육에  말해왔던 이런 단어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간단히 수첩에다 메모를 했다앞으로 우리는 함께할 시간이 수없이 남아있었다.   나의 느낌을 그대로 나눠갖기로 했다.

  

 

 

   “ 여러분들 지금 무슨 냄새가  납니까?

  

 

내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페인트 냄새가 나죠. 

 

내가 자문자답을 하자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 새 집에 들어가면 페인트 냄새가 나듯이 오늘 우리는 새로운 공간에 들어왔습니다.  오늘부터 여기는 우리들의 공간입니다.  우리가 설계한 산전CU의 새로운 우리집을 지어나갈 산실입니다

에이플랜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오늘 처음 만났습니다.   서로들 잘 모릅니다.   분명한 건 에이플랜 팀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모인 목적과 목표는 분명합니다.  우리 집을 짓는 일입니다.   951월까지입니다. "

 

이 때 뒤늦게 두 명이 허둥지둥 들어왔다  더더욱  < 산전CU OVA > 이후 시간의 엄수는 기본이었다.  

    

며칠 전 방송을 보았습니다.  40여 년을 미화원으로 일한 분이었습니다.   기자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자부심으로 일했습니다.   시민을 기분좋게 한다는 즐거움이었습니다거리의 환경을 내 손으로 가꾼다는 보람으로 일했습니다. ’   

밝은 표정으로 신명이 나서 말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

 

먼저 811일의 경영회의에서 < 에이플랜 팀 >으로 결정된 배경과  계전 기설 사장,기전 김회수 사장,하니웰 권태웅 사장, 허창수 부사장 등 경영회의 멤버 전원에게 이희종 CU장이  강조한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매킨지의 도움을 어찌 생각하면 퍽 자존심이 상하는 일입니다.   매킨지는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우리가 합니다.  

이희종 CU장께서  ‘ 종을 부릴려면 종의 종이 되라 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무슨 뜻이겠습니까매킨지가 뭘 압니까우리사업 우리조직 우리가 더 많이 더 잘 압니다.   우리가 먼저 선생이 되어 알려주고,가르쳐주며 지도를 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우리가 배우는 겁니다

 

컨설팅이란 의사의 진찰과 같습니다.   환자 자신이 증세를 속속들이 말해주어야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내리듯이 우리 산전의 문제점, 현상을 드러내 놓아야 합니다.   말이 그렇지 어렵습니다.   매킨지의 도움을 받지만 어디까지나 우리 일입니다

에이플랜은 산전, 계전, 기전 세 회사를 통합하는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통합작업을 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물리적인 합병이 아니라 시너지를 창출하는 작업입니다.  산전의 비전을 집어넣는 작업입니다산전CU의 사업가치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 이제 회사는 에이플랜이라는 멍석을 펼쳐놓았습니다.   여러분들이 뛰어놀 무댑니다. ” 

나는 힘을 불어넣었다

 

 

여러분들은 선발되었습니다.   회사가 불렀습니다.   이희종 CU장이 여러분들을 뽑았습니다.   여러분들을 믿고 있습니다.  회사의 장래, 산전의 미래가 우리들에게 달렸습니다.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험이 많습니다.   앞으로 사업책임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재의 삼박자를 모두 갖추었습니다. “

 

 

평소에 나는 능력, 경험 그리고 자질을 인재의 삼박자라고 했다.   자질은 바탕이고 경험은 지난날의 축적이며 능력은 앞날을 개척하는 힘이었다.

 

그런 바탕 위에서 우리 스스로가 인재가 되려는 노력을 합시다.   에이플랜 팀이 자기를 만드는 도장이라고 생각합시다.   스스로를 단련시키며 스스로를 시험하는 곳이라고 여깁시다.

아이디어, 제안, 자기 소신, 느낌, 마음껏 펼치세요.   서로 챌린지합시다.   무엇이든 받아들이겠습니다나도 같이 있겠습니다.   여러분들과 같이 가겠습니다. "

 

일정에 빈틈이 없습니다.   일정의 준수가 중요합니다.   시간과 싸움입니다.   하드한 스케줄을 소화해 나가는 일이 제일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드 트레이닝이 예상됩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할 사람은 여기에 아무도 없습니다. ”

 

에이플랜 팀은 에이플랜 팀의 카렌다를 운영하려고 합니다.   회사의 카렌다와 관계 없습니다.   출퇴근은 물론 공휴일도 팀의 작업 계획에 따라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우리는 팀 플레이입니다. "

 

" 팀 안으로 한번 결정된 사항은 절대적인 신봉자가 되어주세요.   내가 싫어한 것이 지방방송입니다. "

 

" 에이플랜 팀의 운영을 이왕이면 재미있게 하려고 합니다.   아이디어를 내주기 바랍니다.  편하게 합시다.  서로 피곤하게 만드는 일은 하지맙시다. "

 

" 여러분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넘치고 있습니다.   우리 산전의 미래의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미래의 산전을 우리 손으로 그려나갑시다산전의 통합 에너지가 무엇인가를 온 몸으로 보여줍시다.  그 에너지에 내가 먼저 불을 붙이겠습니다. "

 

비로소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내가 하는 말은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것은 의욕이었다.

 

8월 25일부터 정상 근무를 하기로 했다.  그 전이이라도 올 수 있는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8월 30일 프로젝트의 공식 킥업 미팅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  그 사이에 각사 사장을 포함한 경영회의 멤버들에 대한 메킨지의 프리 인터뷰 (Pre-Interview)

일정이 있는 등 에이플랜 팀은 초장부터 시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했다.

따라서 나는 현업에서 하던 일은 업무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고 오도록 당부했다.  볼성 사나운 것이 툭하면 전임지에 들락날락 하는 모양새였다.

 

 

   첫 모임을 끝내며 우리는 서로 악수를 나누었다.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삼삼오오 헤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두 어깨는 여전히 무거워 보였다

     

지각한 두 사람을 따로 불렀다.  이희양과 최공범이었다.  금성기전 친구들이었다.  

 

늦을 수도 있어

“ .............. ”

눈치나 보며 슬슬 기지마. ”

 

 

 

(24화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