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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무 아리랑

김상무 아리랑(25화) '침 발라놨는데 낙동강 오리알이야!'

 

 

25.    

 

 

  첫 작업은 < 프리 인터뷰 >였다.   정식으로 킥업도 하기 전에 멤버들을 현장에 투입했다.  트윈타워 서관 24층 에이플랜 팀에 출근을 하자마자 숨쉴 틈을 주지않는 지시에 에이플랜 멤버들은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후지모토가 < 인터뷰 가이드 >를 만들어 가져왔다.   박진홍, 한창진, 강명철과 후지모토는 회의실에서 오전 내내 < 프리 인터뷰 > 계획안을 토의하였다

 

프로젝트의 시작에 맞춰 찾아가서 인사를 하는 건 중요합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 동시에 피 인터뷰 임원( Interviewee )의 생각, 고민 사항, 희망을 청취하면서 관심을 촉구하는 거지요.   공개적인 자리에서 건질 수 없는 내용들을 우리는 잘 봐야 합니다.

미리 자료를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가지고있는 생각을 중심으로 서로 부담없이 진행하면 됩니다. “

후지모토는 인터뷰의 목적과 방식을 설명하면서 인터뷰가 차지하는 위치를 부여했다.

 

“ 아무리 '프리'라지만 부담을 안느낄 사람이 있을까요? 

박진홍 부장이 물었다.

 

그럴수록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도록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 

후지모토가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대해 강조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OVA 프로젝트에서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로서 매킨지로서는 기본중에 기본이었다. 

  

질문서의 요지는 심플했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상대는 결코 심플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담당하고 있는 사업 또는 기능에 대해 General Perspective를 물어본다. ’

단기, 중장기 별로 그 Perspective를 실현할 때의 고민과 문제점을 말하게 한다. ’

그 보틀넥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다. ’

‘ 3사 합병에 대한 기대를 물어본다. ’

‘ 3사 합병에 대한 고민 사항을 확인한다. ’

이상의 질문과 답변을 기초로 프로젝트 팀에 대한 기대와 주문, 어드바이스 사항을 확인한다. ’

  

‘ 7S 일반적인 문제점 ’, ‘ 합병에 대한 기대와 불안, 문제점 ’, ‘ 에이플랜 팀에 대한 주문과 기대 를 칸에 기입하도록 했다개인별 질문과 답변이 나중에 종합되도록 양식을 만들었다.  

 

사전 <프리 인터뷰>를 위해 A B 두 팀을 구성했다.   A 팀은 부사장 급 이상으로 후지모토와 하희조 부장이 맡고 B 팀은 경영회의 멤버와 일부 사업부장으로 아라마끼와 박희석 과장이 담당하기로 했다.  각 팀에는 산전 멤버 한 두 명, 매킨지 1 명, 회장실 V-추진본부 지원팀에서 1 명이 동석하게 되었다.  

나는 성기설,김회수,권태웅 3사 사장과 허창수 부사장 인터뷰 때만 참석하기로 했다이희종 CU장은 제외했다.  

 

모두 13명이었다.   허창수 부사장 그리고 계전, 기전, 하니웰 사장들의 개별면담과 경영회의 멤버들의 면담 일정을 잡았다.   한시간 씩이었다.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많은 인원의 면담시간을 조정 조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직위, 고참 순으로 예약을 했으나 중복되는 시간은 직위나 고참 순에 따라 뒤로 밀렸다.   유난히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 프리 인터뷰 >는 에이플랜 프로젝트의 첫 단계 중에서도 첫 작업이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 정보를 얻기위한 사전준비였다.

따지고 보면 <프리 인터뷰>는 순전히 매킨지를 위한 예비 정보수집 작업이었다.   산전 내부에 깔린 일반적인 정서를 그들 나름대로 사전에 파악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매킨지는 첫 작업인 < 프리 인터뷰 > 에 기대를 걸었다.

 

 

 

   <프리 인터뷰>에 앞서 후지모토에게 나는 미리 준비한 두 가지 자료를 건네주었다.   < 산전CU의 조직문화 진단 > 보고서와 < 임원 자기관리시스템 >의 모니터 분석 자료였다.   

 

바로 전 해,  9212월 내가 산전 인사업무담당 임원으로 있을 때 그룹 연수원인 인화원에 의뢰하여 < 산전CU의 조직문화 진단 >을 받았다

 

통합으로 가는 길에 산전에 대두된 큰 화두는 산전CU동질문화 구축 이었다.   조직의 시너지를 높이는 작업이었다.

그것은 뾰쪽한 대안이 없는 묵은 과제였다.   87년 산전분야장으로 이희종 사장이 부임한 목적이기도 했다.   5 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었다독립 법인으로 네 개의 회사에 네 사람의 사장이 있는 한 어려운 작업이었다

 

< 산전CU의 조직문화 진단 >은 동질문화 구축을 위한 예비진단의 성격으로 진행되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통합작업의 가닥이 이 때부터 잡혔다.  결론적으로 물리적인 합병이 아니고는 동질문화 구축 은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9212월, 당시 현장사원을 포함하여 1.563명의 설문에 의하면 산전CU의 공통적인 현상과 법인 4사의 조직 문화를 알 수 있었다.

구체적인 3사의 통합이 거론이 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도래할 통합에 대해 다수의 부정적인 감정과 소수의 긍정적인 열의를 비쳤다.

 

향후 일년 내의 산전CU는 안개 상황.'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그런 분위기를 잘 전달해주었다.   불안 심리가 저변에 깔려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통합 후 살아남는 길은 내 실력은 내가 기르는 방법 밖에 없다 '고 했다.  

예를 들자면 어학 등 자기계발의 열기가 일어났다.   본사인 트윈빌딩, 역전빌딩의 영업부문, 각 공장 별로 아침 반, 점심 반, 저녁 반으로 나누어 영어 회화가 사내 강좌가 홍수를 이루었다지방의 영업소에서도 강좌 개설요구가 나왔다  심지어 사외에서 수강을 할 경우 절반을 회사에서 부담하는 제도까지 만들어 시행했다.

   

산전, 계전, 기전의 세 회사간의 상호 바라보는 시각도 차이가 있었다.

 

법인 상호간의 유사성 지수는 산전과 계전이 0.88, 산전과 기전은 0.79 로서 산전으로서는 계전이 기전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당시 산전의 임원 20명중에서 계전 출신이 13명인데 비하여 기전 출신은 1명이었다.   기전에는 구정길 전무를 포함해서 그랬다.   구 전무도 회사의 원류를 따지면 계전이었다.   중도 퇴사를 했다가 기전에 입사한 드문 케이스였다.

기전에서 볼 때 유사성 지수는 산전이 0.79, 계전이 0.68 로서 계전보다는 산전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계전과 기전은 같은 CU이지만 경쟁회사였다.   산전분야의 시장에서 싸움을 벌여왔고 그 싸움은 내려갈수록 눈알이 터지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계전에서는 기전이 귀찮게 구는 경쟁 상대였지 한 집안의 구성원의 존재로는 얕잡아본 감이 없지않았다.

  

< 산전CU 조직문화 진단 >의 최종보고서에서 조직의 저변에 깔려있는 의미 를 추출해 보았다.   다소 극단적인 감정이 표출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역시 조직의 정서는 만만치가 않았다.

 

사실주의 관리방식에 익숙해진 인간소외 현상

감정을 무시하고 억압하고 외면하고 살아옴

타인의 입장에서 공감하여 수용하는 능력 부족

가만히 있으면 중간에 간다는 마찰 회피작전에 익숙함

조직적인 관점이 아닌 개인중심적 경향

 

자기의 회사를 동토의 왕국 이니 동물농장 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사원들이 보는 시각이었다.   사장을 향한 직격탄이나 다름없는 생짜배기 표현이었다. 그 사장이 누군지 모두다 알았다.

 

내가 후지모토에게 건네준 또 하나의 자료는 < 임원 자기관리시스템 >의 모니터 분석 결과였다.

 

< 임원 자기관리시스템 >의 모니터링에서 각 사의 임원들은 사장들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해요.   사장 한 사람만 바뀌면 되는데 조직 활성화한다고 몇 천만씩 돈을 쓰고 있어요. ” 

우리는 하려 해도 사장들이 문제요.   산전 조직이 안고있는 문제를 그대로 CU장에게 보고 좀 해주시오. "  

“ CU장의 참모들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스탭으로서 할 일을 제대로 해봐요. ”

  

CU장의 참모란 나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CU장이 사장에 대해 견제와 영향력을 발휘해서 안받아도 될 스트레스 덜받게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하위자 모니터링에서 어느 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 CU에서 주관하는 것 열심히 하면 사장에게 찍힙니다. ”

 

그 예를 < 산전CU OVA >에서 들었다.   매킨지의 컨설팅으로 시작했던 OVA 프로잭트를 산전 독자적으로 제 2단계인 자율 OVA로 발전시켜나갔다.   우리 조직에 체질화를 위함이었다.  갈수록 참여도는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혁신 활동을 열심히 해봤자 회사에만 덕이 되고 나에게는 고통만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었다특히 공장보다도 상대적으로 본사가 낮았다.

 

왜 본사가 공장보다 낮을까? ’ 

 

본사부문이 낮은 이유는 탑( Top )의 무관심입니다.   그리고 부문간에 배타적인 의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봅니다. ”

    

문제의 근원은 사장,사업부장 즉, 임원이었다.

나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매킨지의 후지모토는 내가 건네준  < 산전CU의 조직문화 진단 > 보고서와 < 임원 자기관리시스템 >의 모니터 분석 자료에 대해  < 프리 인터뷰 >에 앞서  좋은 참고 자료라며 반가워했다.

 

 

   816일 나는 창원공장에 갔다.  창원공장의 현장사원 간담회 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에이플랜 팀을 맡기 전에 잡힌 일정으로 약속은 약속이므로 지켜야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전사적으로 가시화 된 CU 통합에 대해 생산현장의 기류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 프리 인터뷰 >가 어차피 이런 일이었다.

 

참석 대상이 아닌데 노조 간부들도 내가 내려간다는 걸 미리 알고 들어왔다.  2십 여 명이 참석한 간담회는 주제는 단연 통합이었다.

현실적으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통합의 현장이 창원공장이다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사업은 금성사에서 찬밥신세를 면치못하다가 산전으로 이관되어 주력사업이 되었다작년부터 이익이 나기 시작해 금성사 시절을 포함하여 만년 적자를 겨우 벗어났다.  뭔가 하면 된다는 열기가 고조되면서  이제 안정이 되어갈 가 하는데 통합이라는 변화를 맞이했다

금성기전에도 미쓰비시와 합작으로 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사업이 있으므로 산전CU 안에서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다.  CU 통합으로 두 경쟁사 끼리의 사업통합은 상상할 수 없었던 날벼락이었다통합이라는 말에 산전은 산전대로 기전은 기전대로 앞으로 전개될 방향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 CU 통합은 언제 됩니까? ”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도 통합되니까? ”

기전의 주안공장은 그대로 둡니까? 그러면 엘리베이터는 창원, 에스컬레이터는 주안이라는 말이 있는데 맞습니까? ”

창원으로 통합되면 C동을 지어야하지 않겠습니까? ”

주안공장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 무시하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서로 기(氣) 싸움이 시작되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보수 만 별도로 떼서 법인회사를 만든다던데 사실입니까? "

" 엘리베이터가 산전, 기전 통합되면 시장을 뺏길 게 뻔하지 않습니까결국 동양, 현대 경쟁회사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닙니까여기까지 생각하고 통합하는 겁니까? “

주식이 공개되면 우리 사주는 얼마나 배정합니까? ”

 

현장에서 표출된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가감이 필요없는 진실이었다관심사항은 현장의 사원들이 훨씬 앞질러 갔다돌아올 혜택이 무엇인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주판을 놓아보았다.

장래에 대한 희미한 기대와 변화가 가져올 불안감이 교차했다그러나 통합이라는 말이 간헐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년 초에 비하면 정리되어가는 느낌을 주었다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출근길에 기전의 승강기 사업본부장인 김용호 상무를 현관에서 만났다. 차나 한잔 하자는 말에 김 상무 사무실로 같이 올라갔다.  

 

“ 김 이사가 알아야 해요.  기전에서 수주가 다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물량을 산전에서 가로채 갔어요.   산전 친구들이 곧 없어질 회사에 발주할 필요가 있느냐고 우리 거래선에 떠들고 다니고 있으니... 산전에서 이렇게 자극해도 되는 거요사사건건 이런 식으로 건드리면 미쓰비시가 가만있을 것 같아요통합이고 뭐고 복잡해집니다. "

조용한 풍모인 김 상무는 평소와 달리 이른 아침부터 열변을 토했다.  금성기전은 일본 미쓰비시와 합작회사이므로 일본인 부사장이 한 명 있었다.

 

"..................."

나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 POSCO와 부산 롯데백화점의 수주도 우리가 침을 발라놨는데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어요.   결국 산전도 못먹고 동양이 먹었어누구 좋은 일 시키는 거요.

따라다니면서 다된 밥에다 산전이 재를 뿌려도 유만부동이지 이럴 수가 있어요그 친구들 내가 다 알아요징계에 회부해야 해. 통합이고 뭐고 역시너지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

 

그러나 산전의 엘리베이터 사업부장인 장석주 이사의 말을 들어보면 전혀 달랐다

 

무슨 소리야그건 우리가 더 오래 되었어오히려 기전이 중간에 끼어들어 일을 망쳐놓았어.  그 바람에 값은 값대로 내려놓고...”

 

어림없는 소리라고 장 이사는 장 이사대로 흥분했다내가 보기엔 장 이사가 좀 이상하긴 이상했다.  영업현장의 실무자를 두둔하는 데서 산전이 중간에 치고 들어간 느낌을 주었다

 

 

  <프리 인터뷰>는 끝났다.   인터뷰 대상자는 경영회의 멤버들로서 금성계전 성기설 사장, 금성기전 김회수 사장,  금성하니웰 권태웅 사장,산전 허창수 부사장 등 12명이었다. 

 

공장은 생산 중심이므로 본사 영업에 비해 상대적인 불안감은 적다그리고 영업과 공장 간에 의견 차이가 크다. ’

 

‘ PLC, 엘리베이터는 지금 이익이 나므로 통합으로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서 소극적이다매출액과 인원 비율을 감안하면 통합으로 공통비 부담이 늘어난다득이 없다.

반면에 FA 등 적자사업부는 지금보다는 좋아진다고 적극적이다. 사업별 시너지와 스케일 메릿의 판단이 어렵다. ‘

  

오산 자동화가 청주 자동화로 흡수되면 공장사원들이 청주로 이사를 가지않을 것이다여기에 대비하는 이주 대책이 무엇이냐. ’

 

이왕이면 빨리 통합하자.   2 년이나 걸릴 이유가 있나.   좋은 안은 그때그때 적기에 채택해서 시행하면서 통합은 통합대로 추진하자.   지금 당장 할 일은 당장 하자.   연구소와 A/S통합은 빠를수록 좋다. ‘

 

부분통합이냐 일괄통합이냐통합 수순은 어떻게 되느냐. ’

 

계층별로 관심사항이 모두 다르다. ’

 

‘ 951월 시한을 정해서 무조건 밀어붙이는 건 곤란하다. ’

 

‘ 951월에 통합이 안되면 어떻게 할 거냐매킨지와 계약서에 이에 대한 대비책은 있나. ’

 

경쟁사의 동향과 해외 파트너의 대책은 무엇인가미쓰비시와 결별은 비극이다.   미쓰비시의 산업전자부문이 막강하다삼성, 대우가 미쓰비시를 가만히 두지 않을거다우리 산전으로서는 결국 국내에서 경쟁사 하나를 더 만드는 꼴이 된다. '

 

서로 다른 3 사의 문화에 대한 앞으로의 조화가 중요한 과제다.   3 사 간에 벽이 있다.   누군가가 코오디네이션을 해야하는데 에이플랜이 이런 역할을 해달라. ’

 

통합에 대해서는 기전이 피해의식이 크다.   배전반의 선례가 있다.   88년도에 산전과 기전의 배전반이 산전 오산공장으로 이전 통합이 되었는데 기전의 인력, 특히 설계부문 인력이 완전히 도태되어버렸다. ’

이 부분은 사실이었다.   소위 산전의 오산 공장의 텃세에 눌려 기전에서 이동한 인력은 경쟁사로 나갔다

 

'VCB, MCCB( ELB )는 계전, ACB, MS는 기전에서 하기로 915월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중선 개폐기를 기전이 출시했다.   의사결정이 유야무야 되었다.

기전이 4폴 브레이커에 8억 원을 투자했다.   중복투자 사례다.   차세대형 트윈 브레이커도 계전에서 먼저 시작했는데 기전에서 잇달아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   통합이 된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없어지는가. ’

 

산전, 계전, 기전 3사 통합이 하니웰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하니웰은 갑갑하다. ’  

통합의 대상에서 빠진 하니웰은 다행으로 생각하면서도 소외감에 젖어있었다

 

 <프리 인터뷰>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었다.  비전, 전략적인 문제에서 일반 업무까지제품개발에서 생산, 수주, 판매, A/S에 이르기까지 다가올 변화에 자기 자신을 대입시켰다자기 영역 지키기와 아전인수의 해석이 있었다.

 

앞으로 에이플랜에서 다루어야 할 과제들이었다앞으로 에이플랜 팀이 헤쳐나가야 할 풍파와 고난을 여실히 말해주었다.

 

  

   < 프리 인터뷰 >의 결과는 < Top Management층인 Key Persons 인터뷰 결과를 통한 Project 추진상의 유의점 >이라는 제목으로 종합되었다.

 

후지모토가 깨알같은 글씨로 정리해서 가져왔다.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에이플랜의 Product / Output에서 중점을 두어야할 사항으로,  

전략면에서 장래의 사업 비전과 도메인의 설계, 시너지 창출의 구체화, 통합에 관련된 TA선의 관계정리 등이다.   시너지 창출에 있어서는 단순히 통합이 아니고 유익한 경쟁은 유지하면서 효율화를 도모해야 한다.

조직면에서는 잉여인원의 전환 배치계획을 중심으로 인원 배분계획,  3사 간에 납득할 수 있는 인사정책을 정립한다.

 

둘째, 에이플랜 작업의 프로세스 면에서,

조직의 각 계층이 합병 즉, 3사의 통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파악하여 대안을 가지고 각 계층과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한다.

산전,계전,기전 3사간의 코웍( Co-Work )의 중요성이 제시되었다새로운 전략을 세울 경우 무엇보다 공동의 보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특히 중복부문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워크샵을 실시하여 방향을 설정해주기를 희망했다.   중복사업 부문에서는 3사 통합 전이라도 과도기적 통합 조직의 운영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었다.

 

인사 관련 사항 즉, 인원 삭감이나 인사 평가와 배치의 공평성 확보에 관한 불안을 많이 거론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가능한한 빨리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를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첨부가 된 것이 있었다.

 

CU공통 사항과 산전, 계전, 기전 3사별로 각사의 특수사항을 전략적인 사항( Strategy ), 조직에 관한 사항( Structure ), 조직체계와 운영( System ), 지식과 경험의 숙련도( Skill ), 지원 부문( Staff ), 행동양식 및 문화( Style ) , 공유가치( Shared Value ) 7S로 구체적으로 정리한 것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경영회의 멤버들이 지적한 사항들을 7S로 종합한 것이어서 일목요연했다.

 

결과적으로 탑 매니지먼트의 인터뷰 결과나 사원들이 바라보는 시각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통합에 대한 희망과 우려는 반반으로 나타났다.  에이플랜 프로젝트는 우려를 잠재우며 우리의 청사진을 만드는 일이었다.

 

 

   나는 < 프리 인터뷰 >공장장 이상 57명 중에서 나머지 전원을 개별적으로 인터뷰하기로 결정했다.   9월중에 마친다는 계획으로 시간이 나는대로 내가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새로운 사실을 건진다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초기부터 참여의식을 유도하는데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산전CU 내 사장 4, 부사장 3, 전무 5, 상무 10, 이사 17명 등 39명의 임원과 부장급 사업부장 4, 공장장 14명 등 18명으로 모두 57명중에 13명을 제외한 나머지 44명이 대상이었다.

통합 대상 아닌 하니웰도 6명 전원을 포함시켰다.  금성계전,금성기전의 일본인 부사장 2명은 제외했다.

  

한편 나는 에이플랜 팀에 첫 출근한 문동일 부장을 불러 에이플랜 팀 내부의 예산운영과 전결기준을 만들도록 했다.

 

(25화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