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쨍한 가을햇살에 부질없이 혼자서 질문을 던졌다.
가을볕,봄볕 누가 형님일가?
봄볕이 애송이라면 가을볕은 노련하다.
긴겨울 지난 막무가내 애송이 봄볕이 정말 무섭다.
만 하룻만에 고추잎이 다말랐다.
오다가다 시간 나는대로 서너면 뒤적여주었다.
바삭바삭하게 말랐다.
역시 가을 햇살, 눅눅한 봄볕이 당할손가.
오늘따라 마당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두 가지.
메주콩과 강낭콩.
풋콩들이다.
콩대에 매달려 있다.
콩밭을 며칠 열심히 정리하더니 옆집에서 한아름 가져왔다.
"밥에 넣어 잡수슈."
강낭콩은 안마을 반장댁에서 지나가며 갖다주고 갔단다.
"성님댁엔 이거 없잖슈."
무슨 작물을 재배하는지 뭐가 있는지 없는지 이웃집 사정을
용하게 알기도 잘안다.
집이 마을 초입이다보니 들고나는 길에 이런 성품이 반갑다.
그만큼 입지조건이 좋다는 얘기다.
가을 햇살은 따갑다.
계절은 풍요롭다.
콩 까는 건 아저씨더러 하랬다며 은근슬쩍 내 앞에 밀어놓는다.
열심히 콩을 깐다.
어쨌거나
내일 아침 밥솥의 그림이 확 달라질게다.
'동네방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촌일기- '6쪽 마늘'의 원조가 어딘지 아세요? 가의도 (0) | 2013.10.07 |
---|---|
물리치료, 정형외과 의사도 기브스한다 (0) | 2013.10.03 |
귀촌일기- 김장무 밭, 도내나루에 일구다 (0) | 2013.09.16 |
귀촌일기- 추석이다, 동네 미화작업과 홍삼드링크 (0) | 2013.09.05 |
우럭,바다장어 낚시, 가로림만 출조기 (0) | 2013.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