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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무 아리랑

김상무 아리랑 (26화) 에이플랜 프로젝트 킥업 미팅

 

 

 

26.    

 

 

   오늘이 출범하는 날이다.

 

830() 오후 3.

(1993년)

< 에이플랜 프로젝트 킥업 미팅>이 열렸다. 공식 용어로는 <제1회,사업활성화 프로젝트를 위한 스티어링 커미티>이다

 

6십 여명이 들어차 트윈타워 서관 25층 임원 회의실은 초만원이었다. 양쪽 뒤편 공간은 보조 의자까지 동원되었다. 경영회의 구성원 11명과 전 임원, 공장장 등 참석 대상자는 십분 전에 이미 착석이 완료되었다.

에이플랜 팀에서 산전 멤버는 14, 매킨지는 오늘의 킥업 미팅을 위해 일본 배킨지에서 건너온 지구사 이사와 트윈빌딩에 상주하는 수석 컨설턴트 아카바를 포함하여 5, 그룹의 V-추진본부에서 남용 상무 등 부 과장 4명이었다.

 

바깥의 불볕 무더위와  달리 회의실은 회장실’, ‘3사 통합’, ‘매킨지등 생경한 단어에 함축된 메시지에 눌려 긴장감이 흘렀다.

 

회의실에는 킥업을 알리는 플래카드나 배너 하나 붙어있지 않았다.

일찌기 이런 사례가 없었다. 산전,계전,기전 등 법인 3개사의 '3사 통합 작업'을 시작하는 발대식이다. 소위 발대식이라면 뭔가 달라도 달라서 요란할 줄 알았는데 행사장 어디에도 아무런 표시나 장식 하나 없어 예상을 뛰어넘는 색다른 분위기가 트윈타워의 바깥무더위완 달리 주눅들기에 충분했다.

경영회의 멤버들조차 고추앉은 자세가 왠지 서먹했다. 여느 때처럼 앞 뒤 옆 사람 끼리끼리 주가니받거니 대화하는 모습도 없었다. 후지모토와 아라마키가 앉은 자리에서 경영회의 멤버들과 멀리서 서로 눈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다. 며칠 전 < 프리 인터뷰 > 때 경영회의 멤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기에 구면임을 표출했다.

 

이희종 CU장이 입장했다. 에이플랜 팀 리더인 나는 왼쪽 뒷줄 맨 앞에 앉아있었다. 내 오른 쪽으로 남용 상무, 지구사 이사 등 매킨지 멤버들이 자리를 잡았다. 에이플랜 팀은 나의 뒤편과 건너편으로 나뉘어 앉았다.

 

내가 일어서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심호흡을 하며 브리핑 스틱을 잡았다. 실내를 한번 둘러보았다. 마주치는 시선이 엇갈리며 한편 따가웠다.

 

 

 

 

 

 

 

지금부터 산전CU < 사업활성화 플랜 킥업 미팅 >을 시작하겠습니다. ”

공식적인 첫마디였다.

 

OHP를 비추었다 < 사업활성화 플랜 >의 개요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매킨지의 제안서를 근간으로 만든 < 에이플랜 프로젝트 >의 개요의 첫 장에는 < 산전CU 사업활성화를 위하여 >라고 제목이 붙여졌다.

모두 일곱 장의 보고 내용에서 '에이플랜'이라는 말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오늘의 킥업 미팅은 사업활성화 플랜의 추진에 앞서 전 CU의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아울러 추진요원에 대한 사명감을 고취하는데 있습니다먼저 산전CU 팀 멤버에 대한 사령장 수여가 있겠습니다. 해당자 12명은 앞으로 나오기 바랍니다. "

 

이희종 CU장이 일어섰다.

내가 앞으로 나갈까. 그래 내가 앞으로 나가는 것이 낫겠지? ”

구부정한 모습으로 정면으로 걸어 나왔다.

 

박진홍. 사령장. 사령 제 93-006. 산전 자동화사업부 기획부 부장 박진홍. 명 사업활성화 팀. 1993830. 금성산전 주식회사 사장 이희종

나는 들고 있던 시나리오를 보며 또박또박 읽어나갔다. 강명철이 사령장을 순서대로 챙겨서 이희종 CU장에게 전달했다.

산전 창원공장 경리부 부장 문동일.  이하동문.......

한창진 박동원 김무진 이희양 강명철 최공범 김연식 윤용호 임봉구 강용만 순으로 사령장이 수여되었다. 수여할 때마다 박수소리가 뒤따랐다.

 

이어, 산전CU 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실무 멤버들을 소개했다. 

매킨지의 후지모토 켄지, 아라마키 겐타로, 소네 히로시와 회장실 V-추진본부 요원인 하희조 부장, 박희석 과장, 전병렬 과장 순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이희종 CU장의 격려사 순서였다.

 

지난 7월 중순에 발표된 우리 그룹에서 사업합리화 발표가 있었습니다. 산전은 CU의 합병 즉, 통합에 따른 신체제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시점입니다.

추진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매킨지의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룹 회장실의 지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약점은 총론에는 합의하고 각론에 가면 합의가 안 됩니다. 3개회사를 합하다 보면 사람의 이동과 부서의 통폐합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지성인입니다.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대해서 공포감과 선입견을 버려야 합니다.

산전, 계전, 기전 3개 회사의 통합이 단순 물리적인 합침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통합 시너지가 나오는 상승효과의 창출이 중요합니다

통합에 따른 지레 짐작으로 갈등이나 혼란을 야기시키는 일이 없도록 특히 사업부장, 공장장들이 각별히 유념해주기 바랍니다."

 

요점 위주로 또박또박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에이플랜 팀에게 한 번 더 강조를 합니다. 에이플랜의 주체는 우리 산전입니다. 에이플랜 여러분들은 문제해결 능력을 신장하는 데 각별히 노력을 해주기 바랍니다.

여기 계시는 경영회의 구성원 여러분들은 에이플랜 팀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기 바랍니다. 특히 앞으로 많은 면담, 조사, 현황 파악이 있습니다. 많은 토의와 토론이 있을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진실된 의견개진을 부탁합니다. “

 

이어 지구사 매킨지 재팬의 이사와 회장실 V-추진본부의 남용 상무의 인사말을 들었다.

 

< 사업활성화 플랜 킥업 미팅 >은 2십 분 만에 끝났다. 퇴장하는 에이플랜 팀에게 CU장에 이어 성기설,김회수,권태웅 사장, 허창수 부사장,전무 등 경영회의 멤버들의 악수 세례와 축하인사는 계속되었다.

 

고생하소. ”

잘 될 거요. ”

김 이사 뿐이야. ”

열심히 해요.

 

행사가 끝나자 지난 2주일동안 한치의 빈틈이 없이 달려와 첫 이벤트로 킥업을 해냈다는 작은 안도감이 스쳤다. 2주일 만에 에이플랜 추진의 시동이 걸렸다.

 

 

   “김 이사님, 오늘 참 잘 되었습니다. 이희종 CU장님이 잘 리더를 해주었습니다. ”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나에게 아카바가 재빨리 다가오더니 엄지손가락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연신 싱글벙글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CU장님이 에이플랜 팀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명확하게 소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곱니다. 오늘 첫 출발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

입이 다시 함박처럼 벌어졌다.

에이플랜 팀 전원은 25층 임원 회의실에서 한층 아래 24층 에이플랜 팀의 회의실로 몰려 내려왔다. 멤버들은 하나같이 상기된 표정이었다.

 

오늘의 킥업의 결과에 대한 실무 미팅이 기다렸다. 보고회든 워크샵이든 어떤 이벤트가 끝나면 실무 미팅은 하나의 프로세스로 자체 평가를 겸해 다음 단계를 공유하는 중요한 모임이었다. 도출되었던 논점이나 미진했던 부분, 그리고 향후 실행으로 옮겨야하는 항목을 점검했다. 바로 Next Step에 대한 대책회의이기도 했다.

 

바깥의 사무실 의자까지 들고 들어와 좁은 회의실이 더 비좁았다. 매킨지의 아카바와 회장실의 남용 상무까지 참석했다. 브라인드를 최대한 제껴 햇빛을 차단했으나 한증막같은 열기는 어쩔 수가 없었다.

각자가 한잔 씩 가지고 들어온 종이 커피잔이 테이블 위에 어지러웠다.

 

수고했습니다. 우리가 갈 길은 정해졌습니다.  오늘 격려도 받았습니다. 다 같이 노력합시다. 이젠 스스로 노력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첫 발자국을 내디딘 소감의 요지였다.먼저 말문을 연 다음 매킨지의 아카바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러분이 못하면 산전은 망한다는 기분으로 임해야 합니다. 이제 시작이 되었을 뿐입니다. 달리 돌아가거나 건너뛸 방도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채린지 정신이 에이플랜의 성패를 가름할 겁니다. ”

 

아카바의 얼굴에서 조금 전에 활짝 피었던 미소는 사라졌다. 심각한 표정으로 돌변하면서 특유의 큰 제스처로 한껏 분위기를 잡았다.

 

단계적으로 해야 하는 기본 과제 외에 탑의 관심사항을 해결한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일을 하다보면 부수되는 작은 과제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탑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많이 나옵니다. 타임리 하게 백업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장이신 김 이사님이 탑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특히 노력을 하셔야 할 줄 압니다."

 

아카바는 이희종 CU장을 비롯한 탑 매니지먼트의 동향에 초점을 맞추며 나에 대한 당부도 빼지 않았다.

다음으로 회장실의 남용 상무가 이어 받았다.

 

제로베이스, 이제 원점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산전은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산전의 사업 하나하나를 새로운 각도에서 어프로치를 해야 할 겁니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은 어려운 게 아닙니다.

고정관념에 얽매여서 새로운 접근방법을 놓치면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프렉서블한 마음가짐으로 유연성 있게 대응을 해나가 주십시오. 거기에서 비전이 생겨납니다.

구자경 회장님을 비롯하여 그룹의 어른들께서 산전을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산전이) 조금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번 사업활성화 프로젝트를 통해서 만회하십시오. "

 

V-추진본부의  남 상무는 남 상무대로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그룹 회장실의 V-추진본부는 각 CU의 혁신활동을 지원하는 창구이다. 매킨지의 아카바가 아예 남 상무 산하에 몇년 째 상주하고 있다.

 

남 상무와 아카바는 뱌로 나가고 '에이플랜 프로젝트 팀' 그야말로 우리들만 남았다.

Next Step 준비로 들어갔다.

내일부터 멤버십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26화 끝)

 

 

 

 

 

 

 

 

 

 

 

 

 

<김상무 아리랑>은 모두 161화이다.

그 중에서 오늘 26화를 먼저 이야기할 뿐이다.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161화까지 갔을 때 <김상무 아리랑>은 끝난다.

 

<김상무 아리랑>은 5년간의 기록이다.

1993년 8월 11일부터  1998년 7월 11일까지다.

 

금성산전,금성계전,금성기전

 

금성산전CU

 

3개 법인회사를 통합하는 작업과정과

통합을 한 뒤 혁신활동을 추진하는 과정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나의 직위는 이사였고 끝날 때는 상무였다.

 

1화부터 161화까지 날짜별로 적어나가는 것보다 퍼즐 맞추기식으로 왔다갔다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않을 가 생각한다.

 

<김상무 아리랑>을 상당히 오래 전에 정리해두고서 발표를 안한 이유는

회사의 선배,동료,후배들 

'산전 삼국지'라 할 정도로 등장하는 분들이 많고

아직 건재하시기 때문이다.

 

가명으로 할가 생각을 했지만 그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기록은 소설이 아니다.

 

오늘로서 꼭 20년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

 

다소 거친 표현이나 내용에 대해 말씀이 계시리라 생각한다.

세월 앞에 모두 묻어주셨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등장하는 용어들에 대해서는 그때마다 자세히 설명하지않으려 한다.

읽어나가다 보면 곧 이해가 되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