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취기 이야기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에 가동할 때마다 예취기가 애를 먹였다.
무겁기도 하거니와 평소에도 시동걸 때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몇년 동안 온갖 인내를 동원하여 그냥저냥 사용했었다.
결국 작년 봄에 국내 K사 예취기를 버리고 주위의 권유로
M사 액화가스 예취기로 바꿨다.
작년 한해 아주 잘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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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어 예취기를 다시 꺼내 첫 시동을 걸었다.
시동이 걸리지않았다.
어깨죽지가 빠져라하고 시동 손잡이를 당겼으나 여전히 안걸렸다.
'예취기란 놈은 나에게 늘 이렇게 애를 먹이는구나.'
반쯤 체념하며 농협의 농기구 수리센터에 들고 갔다.
농협 직원이 잠시 이리저리 만지고나서 시동 손잡이를 슬쩍 잡아당기니
쾌활하게 단번에 시동이 걸렸다.
'허허, 이 무슨 조화로고?'
on OFF에 여기 on 스위치를 안눌러신거죠?"
직원이 힐끗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시동의 첫 단계인 on을 누르는 걸 깜빡 잊고서
시동 손잡이만 무작정 열심히 잡아당겼던 것이다.
나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 들고갔던 예취기를 조용히 그대로 들고 나왔다.
뒷통수가 가려운 참 어이없는 순간이었다.
ON 누르는 게 왜 그렇게도 생각나지 않았을 가.
예취기 시동을 걸 때마다
부끄럽기도 하고 스스로 황당했던 그 순간이 뇌리를
떠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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