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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귀촌일기- 도내수로의 일몰에 은빛 물비늘

 

 

 

                                                                나는 '버갯속영감 교유기'에서 이렇게 썼다.

 

 저수지는 해 질 무렵에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한낮에는 있는지 없는지 눈에 띄지 않는다. 해가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밀려오면 남쪽의 전망은 달라진다. 굵게 땋아놓은 동아줄이 어느새 이순신 장군이 쥔 큰칼로 바뀐다. 뉘엿뉘엿 서산에 걸리면 역광(逆光)에 꿈틀거리는 은빛 물비늘이 간지럽다. 보글보글 끓는 듯, 송사리 떼가 요란하다. 거실에 기대앉아 보노라면 온 몸이 한없이 잦아든다. 이화산(梨花山) 너머 해가 곤두박질 할 때는 용암이 저수지로 흘러내린다. 팔봉산의 솟는 여명이나 이화산 지는 노을이나 다를 바가 없다. 같고 다른 건 보는 이의 자기 마음이다.

 

                              나는 이 조망을 우리집에서 보는 제일경(第 一景)으로 친다.

 

 

 

 

 

 

 

오늘도

도내수로에 반짝이는 물비늘.

 

서산에 해 지자

처마 끝에 달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