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8년 전 2004년, 여기에 황토집을 지었다.
3월에 시작한 집짓기가 늦가을이 되서야
겨우 집안에 들어와 이부자리를 펴고 잘 수 있었다.
집들이 하라는 주민들의 은근한 독촉도 있었거니와 말인 즉,
해를 넘길 수 없어 세모에 부랴부랴 서둘렀다.
육 이장이 화분을 들고 오고, 지금 현관에 있는 전기스탠드를 주민들의 선물로
문 반장이 서산에 가서 사오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섣달 그믐의 느지막한 오후,
망년회 겸 3십여 명의 마을 사람들이 모인 집들이는
제야의 종이 울릴 때 제대로 무르익었다.
다음날 아침 이른 시간.
옆집 아주머니에게서 집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여명 808'을 사다 달라는 부탁이었다.
아침까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마누라에게
'좀 덜 먹으랬는데 기어코...' 하며
화가 난 바깥양반은 어디론가 나가버렸단다.
나는 차를 몰아 태안읍내로 여명808을 사러 나갔다.
여러 약방을 전전한 끝에 겨우 여명808 캔 세개를 살 수 있었다.
나는 그 때까지 이런 숙취 해소제가 있는 지도 몰랐다.
2005년 벽두. 1월1일. 새해 아침.
그 해 내가 한 첫 일과는 여명808을 사온 일이었다.
엊그제께 오랜만에 간 상암 월드컵 구장에서 '여명808' 글자를 발견했다.
양쪽 골대 옆에 세워둔 광고가 '여명808'이었다.
병 주고 약 주고...치른 집들이에서 '여명808'에 얽힌 8년 전 추억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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