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인근의 팔봉산가든에 가면 주인장의 발걸음은 날쌔고 재바르다.
8년 전 첫 만남에서 내가 '커크 다글러스'로 일찌감치 명명한 그 주인장이다.
잘 달군 숯불 위에 석쇠를 놓고 생삼겹 고기를 직접 굽는다.
한 웅큼 왕소금을 치는 손놀림이라든지 연기를 내며 노릿하게 구운 고기는
우선 보기만 해도 맛깔스럽다.
나의 눈길은 딴 데 있다.
빨간 숯불이 담긴 화덕을 볼 때마다 탐이 난다.
소형 고압 산소통을 반으로 쪼개, 밑에 네 발을 단 것으로 특수 제작을 거친 것이다.
몇년 전 어느날 '커크 다글러스'에게 이 화덕을 하나 살 수 없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가게에는 눈어림으로 스무나무 개가 있었다.
바베큐용으로 집에 갖다두면 운치가 있을 뿐 아니라 읍내 그릇점에서 사둔 비슷한 물건은
곧장 녹이 슬어 3년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요구에 '커크 다글러스'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인근에 이 화덕을 사겠다고 졸랐던 어느 양반이 있었다.
단골 손님이라 무심코 두어 개를 팔았다.
그러나 몇년이 지나도록 그 단골손님은 다시 오지않았다.
결국 화덕을 팔고서 오랜 단골을 잃었다.
그 이후로 다시는 화덕을 팔지않기로 했다.
마음은 굴뚝같으나 이 이야기를 들은 이후 나의 욕심은 접었다.
'커크 다글러스'도 내심 미안함이 남아있는지
돌아올 때는 오징어 해물 부침 하나를 구워 손에 싸준다.
팔봉산 스타일의 영업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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