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전의 일이다.
담임을 하고있는 한 1학년 여자 어린이에게 복도를 쓰는 일을 시켰었다.
몇분이면 끝날 수 있는 일인데도 1교시 2교시가 지나도 이 어린이는 돌아오지않았다.
걱정이 되어 교내를 찾아다니다가 4층 복도를 쓸고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선생님이 복도를 쓸라고 하니까 이 어린이는 학교의 모든 복도를 쓸으라는 줄 알고
1층,2층,3층,4층 복도까지 열심히 쓰는 중이었다.
이 얼마나 순진무구한 행동인가!
어린이의 마음은 때묻지않은 하얀 도화지이다.
선생님의 행동을 본받아 인격의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다..."
1992년 3월15일자 한국일보 교사수첩이라는 칼럼에서
경기도 안산의 어느 선생님이 '선생님의 자세'라는 제목으로 쓰신 글이다.
몇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기신 신문 스크랩 중에 하나다.
나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교편생활을 하셨다.
나의 국민학교 은사님들은 어머니와 동료 교사였다.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두 분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작년에 이어 또 물어 보시는 말씀.
"니 나이 올해 몇고?"
"아이구, 한창때데이."
365일이 스승의 날이었는데 어느 때부턴가 스승의 날이 단 하루로 줄어든 느낌이다.
스승의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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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도화지 그 어린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 가.
아마 마흔이 훌쩍 넘은 중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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