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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기

올레길과 '노오란 유채꽃 사이로'(1)

 

 

 

 

오늘 아침 어느 '테레비' 방송에서 제주 올레길이 특집으로 나왔다. 

올레를 길로 처음 뚫은 '올레 이사장님'의 한마디한마디가 알찼다.  

귀담아 들어보니 역시 길의 선구자답다.

아침 방송을 보며 생각나는 제주의 추억이 있기에 찾아보았다.

 

이 글은 수학여행으로 제주도에 갔을 때 나의 기행문이다.  1970년5월이다. 

제목은 '노오란 유채꽃 사이로'. 

오다가다 한 무더기 배추장다리꽃 만 보던 육지 촌놈이 제주도에 가서 가는 곳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유채꽃에 넋을 잃었다. 

당시 대학학보에 활자화 했던 글인데 오늘은  자르고 줄여 맛맛으로 옮겨본다. 

생전 처음 비행기를 타본 경험과 처음으로 제주도에 간 호기심이 묻어난다.  

42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이 있다. 

그러나 오늘 새삼스레 흑백필름 사진이 곁든 해묵은 글의 행간을 읽는 기쁨도 세련되게 정리 정돈된 이 시간의 제주 올레길의 총천연색 영상화면 감상 못지않다.

 

"오돌또기의 고장인 탐라를 다녀왔다.  5월 12일부터 닷새동안 모두 다섯진으로 나뉜 210명이 김포 제주 부산을 거쳐오는 5박6일 코스다.

 

때로는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고픈 충동을 느낀다. 혼자 가도 좋고 맘이 맞는 친구끼리라면 또 그런대로 좋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말을 굳이 따오지 않더라도 본래 사람들은 길을 좋아했다. 괴나리봇짐에 하얀 도포자락 휘날리며 옛사람은 그렇게 사립문을 나섰다. 틀에 박힌 일상을 잠시나마 벗어나는 해방감에서 우린 생기를 얻는다. 그래서 젊은이일수록 이곳저곳 많이 다녀보라 했던가. 

이번 수학여행이 비행기로 간다는 소문이 나기는 일주일 전쯤이다.  좋은 세상이니 그럴 수 있겠지 하면서도 다들 반신반의 했다. 끝내 성사되어 제주도 수학여행 7년래의 기원이 이루어졌다.

국내선인데도 까다로운 탑승절차, 툭 트인 김포공항 활주로를 밟는 기분에서 비로소 비행기를 탄다는 걸 실감했다. 조종실의 밀폐된 문을 보니 KAL

기 납북사건의 여운을 느낀다.

스튜어디스의 스피치나 신호판의 지시에 고분고분한 모양이 얌전들 하기 그지없다. 8천5백피트의 하늘을 날아 1시간 10분만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기내에서 창으로 내려다보이는 탐라는 듣던 그대로 돌이 많다. 새끼줄로 꽁꽁 동여맨 초가집은 아마 바람이 세다는 뜻일 게다. 3다 중에 2다는 공중에서 미리 본 셈이다.

더욱이 공항 활주로 주변에 만발한 샛노란 꽃을 알고보니 신경통에 좋다는 유채꽃이란다. 이렇게 질펀하게 흐드러지게 핀 꽃밭을 본적이 없다. 따뜻한 남쪽이라기보다 오히려 이국적인 인상을 준다. 불어오는 바람에 파도치듯이 일렁이는 노오란 물결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구름에 갇혀 보기 드물다는 한라산 전경이 어느 틈엔지 눈앞에 다가와 있다. 오자마자 자화자찬의 제주 풍물 자랑을 하는 안내양의 소개를 들으며 곧장 여관으로 가서 먼저 온 팀들과 합류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서울서 보기 힘들었던 초파일의 연등행렬이 제주 첫날 밤의 눈길을 끌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