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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부녀회 나들이 행선지는 관광버스 기사만 안다

 

집사람이 이번엔 기어이 가겠다고 벼렀다. 해마다 이맘 때 동네 부녀회 나들이가

있었으나 그동안 한번도 가지 못했다는 푸념까지 곁들였다.

이번 나들이는 사발통문으로 1박2일에 날자는 일찌감치 알았다. 그러나 행선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몰러유, 관광버스 기사가 데려다 주겄쥬."

"알아서 뭐하간. 따라만 가유." 

다들 이런 투여서 중뿔나게 여러 사람에게 자꾸 물어볼 수가 없어 좀 갑갑긴 하지만

행선지 알기를 포기하고 새벽잠 설치고 지금 집을 나서는 참이다. 

"먼데 가는데 용돈 좀 안줘요."

이 말 한마디에 몇닢 남아있던 지갑을 그마저 털렸다.

"버스 타면 어디로 가는 지 전화나 해요." 

"그럭혀유." 

 

 

새벽 7시. 엎어지면 코 닿을 데인 마을 버스종점 근처에서 대절한 관광버스로 출발이라

시간에 맞춰 나간다. 날이 덜 새 아직 어둑하다. 또 추워진 날씨에 봄나들이치곤 썰렁하나

뒷태 발걸음은 가볍다.

 

점심 때 쯤 전화가 왔다. 전화통을 울리는 노랫소리 박장대소 웃음소리 소음 범벅에 관광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안봐도 알만하다. 거가대교로 가고 있단다. 오늘 저녁에는

부곡온천서 1박 한다는 일정까지는 대충 알았다.

이제야 나들이의 행선지가 중요하지않은 이유를 알송달송 알 것 만 같다.  어디를 가느냐

보다 집을 나선다는 게 중요할 줄은. 바야흐로 이제부터 등짝이 오그라지도록 거두어야 할

올 한해의 농삿일이 기다리고 있다. 도내2구 부녀회, 남도의 봄 기운을 재충전한 그녀들이

돌아온다. 오늘밤 한참 늦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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