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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서산 나들이(3)- 가로림만 조력발전

 

서산 시청으로 들어가는 분수대 광장이다. 천막 안에서 가로림만 조력발전 반대를 위한 서산 태안지역 34개 환경단체들이 조력댐 건설 계획이 백지화될 때까지 농성중이다. 생태계 사진들이 늘어서 있다. 그 중에서 얼굴 만 빼꼼히 내민 물범 한마리가 눈에 띈다. 그 옆에 '잔점박이 물범을 지켜주세요'라는 호소가 가슴에 와닿는다.

 

 

 

가로림만 아래 쪽 끄트머리에 사는 나는 가로림만을 드나드는 물 때를 보며 하루를 열고 하루를 보낸다. 집 뒤로 보이는 당섬과 구도항을 잇는 뱃길은 선조들이 천수만과 가로림을 연결하고자 했던 굴포운하의 관문이기도 하다. 세계 최초의 운하로 굴포운하를 복원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지 오래다.  가로림만은 태안의 만대포구와 서산의 독곶 사이의 2km 저 아래로  해안선 길이 160km에 3천3백만평 해역을 가진 세계 5대 갯벌 중에 하나다. 2007년 12월 태안 원유 유출 사고가 났은 때 서해바다 최후의 보루 가로림만을 지키자며 자원봉사자들이 필사적인 노력을 다했던 땀과 눈물의 현장이기도 하다.

환경에너지 개발,녹색성장,신재생에너지 등 구호가 난무하면 할수록 조력댐 결사반대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 이어 석탄,가스 복합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소배출량 확대를 위해 가로림만 조력 발전을 이용한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반면에 가로림만 조력발전 서산태안 보상위원회는 대책없이 반대만 하지말고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자며 맞서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지역의 미래란 가로림만 조력발전이 세계 최대이므로 해양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브랜드 가치를 들고 있다. 차라리 조력발전보다 조류발전을 하라고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것도 경제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조용한 어촌 마을에 갈등의 골이 깊어간다.

 

가로림만에는 고파도,웅도,우도 세 섬이 있다. 하루에 두번 구도에서 고파도를 오가는 연락선이 한가롭다. 새들이 놀고 가두리 양식장이 줄줄이 멀리서 아늑하다. 얼마 전 백령도에 만 서식한다던 잔점박이 물범이 가로림만의 벌말 앞바다에서 포착되었다. 잔점박이 물범은 멸종위기 2급으로 천연기념물 331호다. 새만금과 영종도 인천공항 개발로 인근 연평도에서 노닐던 물범이 가로림으로 내려온 걸로 보고있다.

 

 

가로림만을 끼고있는 어촌계 어민들은 물 때에 맞춰 바다로 나간다. 바다가 생업이다. 굴을 따고 감태를 걷고 낙지를 잡는다. 조개를 채취한다. 지난 며칠 동안 씨조개를 긁는 작업이 있었다.

"예전에는 모래톱이 많아 조개가 많았슈. 이젠 되질 않아유. 그나마 씨조개를 팔고 있슈."

어촌계장의 설명이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사십여 년 전 원뚝을 막아 만든 간사지 덕분에 쌀밥은 먹게 되었으나 낙지,조개,감태,굴은 물론 해산물이 점점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이 자리에서 주저리주저리 이러쿵저러쿵 주장을 모두 내놓을 수는 없다. 2km의 둑을 막아 썰물을 방류할 때 16개 수문에서 20기 수차가 생산하는 전기는 서산 태안이 쓰는 전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환경연합은 주장한다. 지난 늦여름  한전의 늑장 대처로 자칫 블랙아웃을 당할 뻔 했다. 대책없이 반대만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그러나 가로림만은 천성산 도룡농이나 사패산과 다르다. 가로림만처럼 거대한 자연의 보고는 우리나라에 얼마 남지 않았다. 자연이 무너지면 끝이다. 영특한 후손들이 판단하도록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도 시대정신의 아름다운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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