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데 작은 밤나무에 밤이 꽤 달렸다. 밤송이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누릿누릿 벌어진 밤송이 사이로 밤이 보인다. 튼실하다. 하루 이틀사이에 금방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땅에 떨어진 밤톨이 마른 잡초 속에 들어가버리면 찾아서 줍기가 성가시다. 오늘 처음으로 밤 몇송이를 땄다. 가시를 조심조심 밤을 깠다. 햇밤이다. 알밤이다. 드디어 가을이다.
밤 따는 날. 이른 아침 물안개가 간사지 수로에서 피어나더니 푸른 하늘에 양떼구름 조개구름을 지나 어느듯 느티나무 끝에 상현달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