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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의자(2) 인간적인 인간

 

 

 

 

 

의자

                                         조 병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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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에 片雲 조병화 시인을 몇 번 뵈었다.  나는 갓 20대

였으므로 편운은 40대 후반으로 짐작된다.

깔끔한 차림에 머리는 빵모자, 손에는 파이프가  이채로웠다.

 

학내 문학상의 시 부문의 심사를 의뢰를 했고 학보에 시를

가끔 실었다. 

편운은 인근의 경희대에 재직하고 계셨다.  그런데도 만나는

장소를 종로에 있는 다방을 지정했다.  늘 그 다방이었다.

 

"얼마 줄 거여."

"이 사람아, 좀 올려줘."

 

편운은 첫마디부터 수고료 타령을 했다.  농반 진반을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해맑은 얼굴에다 대학 교수 그리고 파이프 연기가 어울리지

않는 '원고료 타령'이 나에겐 퍽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원고료를 올려드린 기억은 없다.

 

인간이, 인간적인 걸 새삼스레 찾는 세상이 되었다.

 

오늘 편운의 시를 읽으며 그 때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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