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조 병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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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에 片雲 조병화 시인을 몇 번 뵈었다. 나는 갓 20대
였으므로 편운은 40대 후반으로 짐작된다.
깔끔한 차림에 머리는 빵모자, 손에는 파이프가 이채로웠다.
학내 문학상의 시 부문의 심사를 의뢰를 했고 학보에 시를
가끔 실었다.
편운은 인근의 경희대에 재직하고 계셨다. 그런데도 만나는
장소를 종로에 있는 다방을 지정했다. 늘 그 다방이었다.
"얼마 줄 거여."
"이 사람아, 좀 올려줘."
편운은 첫마디부터 수고료 타령을 했다. 농반 진반을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해맑은 얼굴에다 대학 교수 그리고 파이프 연기가 어울리지
않는 '원고료 타령'이 나에겐 퍽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원고료를 올려드린 기억은 없다.
인간이, 인간적인 걸 새삼스레 찾는 세상이 되었다.
오늘 편운의 시를 읽으며 그 때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