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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갯속 영감 교유기(交遊記)

할멈의 염원

 

 

 집에서 내려다보니 버갯속 영감님이 가시네요.

휠체어에 버갯속 영감님이 앉았습니다.  

노인 장기요양보호사가 밀고 갑니다. 오늘도 바람 쐬러 나오셨을 겁니다.

 

앵글을 당겨 급히 한 장 담았습니다.

유유히 들판을 가로 질러 가십니다.  사십여년 전 이장 시절에 간척한 간사지 논 입니다.

'잘 살아보세'가 울려퍼지던 때였습니다. 익어가는 가을에 풍년가는 다름없이 질펀합니다.

그러나 쌀 값으로 농심에 주름졌습니다.

영감님은 수로를 바라보며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고 계실가.

 

 

 

꼭 2년이 되었습니다. 여든 연세에 중풍의 차도는 없습니다. 귀마저 들리지않습니다.

 

---왜 안 나을고? 새낄 두배나 치구 나갔는디... 첨에는 세마리, 댐에는 네마리...

떨어지는 똥도 열심히 치웠시유.  하르배한티 좋은 일이 있을라나... 휴...

버갯속 영감 할머니는 처마 밑 제비집을 가리키며 한숨 지었습니다.

제비는 찬바람이 일자 얼마 전 돌아갔습니다.

---내년 삼월 삼짓 날, 영험을 물고 올지 우찌압니꺼.

내 대답은 하나마나 밋밋했습니다.

 

그저께 한가위 명절 인사 갔다가 나눈 대홥니다.

 

기대는 기대일 뿐 염원이 무너지면 기대는 사라집니다.

영감에게 역시 할멈은 할멈.

내년에 돌아올 제비를 나도 지금부터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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