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아있는 삽화들이 있군요.
며칠 전(6월23일)에 최 사장님이 별세하셨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납니다...
그저 그렇게 이십 여년을 더듬어 보겠습니다.
나는 국화를 올리고 향을 피웠다. 영정사진을 바라보았다.
재작년 내 시골집에 오신 걸음이 마지막이었다. 최 사장님 내외분이 정해진 사장
내외분과 함께 태안 우리 집으로 바람쐬러 오셨었다.
그날 외출을 고마워하며 식사에 초대하는 전언이 몇번인가 정 사장님으로부터 있었다.
오라고 하실 때 찾아 뵈올 걸...
산전에서 사원 두 사람이 파견되어 빈소 앞에서 보였다.
이십여 전 최 사장 부친이 별세했을 때 최 사장 상가는 성북동이었다. 그때 나는
총무부 실무자로 상가를 도왔다. 지금 나온 이 두 사원이나 그 때 내가 하던 일이나
별반 다름이 없었다.
문상객이 많지 않았다. 두 사원도 무료했고 나도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정해진 사장과
나는 이 두 사람을 앉혀놓고 금성계전의 지난날을 이야기 했다. 아들 놈 같았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 지난날이 새삼스러웠다.
그 때 한 친구가 나타났다. 빈소를 다녀온 그 친구가 마주 앉았다. 그 친군 별로 말이 없었다.
자기 소개를 들으니 87년 입사자이면서 줄곧 청주공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최 사장은 82년부터 84년까지 삼 년 동안 사장으로 재직했다. 생면부지의 최 사장님을 강남
성모병원까지 찾아와 굳이 대면해야 할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만 고향이 고인과 같은
강원도라는 정도가 공통점이었다.
그 친구는 한 참 사양하던 끝에 국밥 한 그릇을 먹었다. 청주공장으로 가야한다며 이내
사라졌다. 무슨 사연일가.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