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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鹿鳴과 동지팥죽

 

 

 

먹이를 먼저 발견한 사슴이 다른 배고픈 사슴들을 부르기 위해 내는 울음소리. '鹿鳴'은 詩經에 나온다. 시경은, 중국 춘추시대의 민요를 모은 오래된 시집이다. 

 

다른 동물들은 혼자 먹고 숨기기 급급한데 사슴은 울음소리를 높여 불러내 함께 나눈다는 것. 녹명에는 더불어 살고자 하는 공동체 숭고한 마음이 담겨 있다.

 

 

 

 

 

 

 

 

세시 풍습으로 동지가 되면 흔히 먹던 팥죽도 이젠 귀한 음식이 되었다. 우리집 대문 앞이 안마을 박 회장의 팥 밭이었다. 여름내내 농사를 지은 팥으로 동지 팥죽을 쑤었는데 나눠 먹는 바람에 한바탕 동네 잔치가 되었다고 한다.

 

자식들은 도회지로 나가고 독거 노인들이 늘어나 팥죽을 만드는 집이 없다. 어제 동지 팥죽이 맛있다고 수인사를 했더니 남겨두었던 팥죽 한 그릇을 다시 보내왔다. 동지 팥죽을 며칠 두었다가 먹으면 그 또한 별미.

 

 

오늘 앞뜰을 걸으며 박 회장 댁의 팥죽에서 문득 녹명이 생각났다. 지난 가을 추수가 끝난 텅 빈 논에 어디선가 날아온 기러기 떼가 앉아 노닌다. 내가 지나가자 푸드득 제풀에 놀라 날아간다. 또 한 해가 저문다. 세상이 따뜻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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