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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올려다보다, 내려다보다

 

 

 

 

 

 

 

 

가로림만의 남단, 후미진 도내리 갯마을 이곳에 어느날 외지인으로 들어와서 집을 짓고 정착한 지 17년이 되었다.

 

추석 명절이 가까워오면 동네 사람들은 마을 들머리에서 안마을까지 길 양쪽의 풀깎이 제초 작업을 했다. 예초기를 든 남정네가 지나가면 아낙네들은 뒤따라 가면서 빗자루로 쓸어 모았다. 수고한다며 반장은 박카스를 한 병씩 돌렸다. 명절 기분이 나기 시작했다.

 

 

추석 당일 날은 '어서 오누!' 하며 한 잔하러 빨리 오라는 독촉 전화가 빗발치듯 걸려왔다. 문 반장네 집이나 박 회장집... 아낙네들은 돌아앉아 한 점에 100원 고스톱을 쳤고 남정네들은 주거니 받거니 거나하게 술판이 벌어졌다.

 

 

반상회는 옛말. 4, 5년 전부터 풍속도가 확 달라졌다. 한적하기만 했던 산천이 이젠 의구하지도 않거니와 물도 옛물이 아니로다. 정겨웠던 예초기 풀깎이가 사라졌고, 한 잔하러 오라는 애틋한 전갈도 없다. 

 

 

마을 초입부터 안길을 따라 드문드문 주택이 들기 시작하더니, 3년 전에는 우리집 바로 뒤로 새로 지어 온 집이 한꺼번에 네 채다. 안마을 당산 밑을 돌아 도내나루터 가는 길목에는 택지 조성을 하면서 대규모 공사판이 지금 벌어졌다. 이웃에 새로 들어와 사는 사람들의 얼굴을 모른다. 

 

 

오늘이 추석. 앞뜰을 걷다가 우리집을 올려다 보니 17년 전, 집들이했던 추억이 오늘따라 새롭다... ... 우리 시대에 마지막 귀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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