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행장을 갖추어 내가 밭으로 출근하는 시간은 아침 8시 쯤이다. 동쪽 솔밭에서 아침해가 비껴든다.
오늘 아침에 나가다 보니 길가 우리집 담장 옆에 '자가용' 두 대. 사람은 안보이고 차만 있다. 누구 자가용인지 형색으로 대충 알겠다. 주인장은 안마을 사는 70대 중반의 아낙네 두 분. 70대만 되면 집집마다 다들 보행기를 한 대씩 보유하고 있다.
자세히 둘러보니 멀리 두 사람이 아침해 역광을 타고 희미하게 보인다. 아낙네 둘이 낫으로 팥을 베고 있었다. 팥을 추수하고 있다. 남정네들은 다들 어디 가고... 부지런도 하다.
이미 구부러진 허리에 더 구부릴 것도 없다. 언제 밭에 나왔는지 사래 긴 밭에 베어논 낫가리가 줄지어 여러 이랑이다.
구수한 내음. 자가용 보행기에 싣고온 냄비에 갓끓였다. 맛 있겠다... 일 하다 퍼질러 앉아서 먹는 간식 라면 맛. 새큼한 알타리무 김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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