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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의 팡세

가는 봄 오는 봄

 

 

 

 

 

귀거래사에서 도연명은 '새는 날다 고달프면 둥지로 돌아올 줄 안다.'고 했다. 서른한 살의 괴테는 일찌기 '모든 산마루에 휴식이 있나니.'하며 방랑자의 노래를 읊조렸다.

 

청운의 꿈... 누구에게나 그건 분홍빛 베일을 통해 바라본 젊은 한 때의 희망사항. 이제 주름 진 이마 너머에는 은빛 흰머리가 소복하다. 회한이 책장 속에서 꺼낸 손 때묻은 책갈피에 빛바랜 공허함으로 어지러이 남아있을 뿐... ... ...

 

오늘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지치기를 했다. 여나므 그루 쯤 되는 매실나무 전정을 계속하고 있다. 사과나무 두 그루와 석류나무 서너 그루가 차례를 기다린다. 

 

 

태어난 남도 두메 고향을 두고 충청도 바닷가 시골로 들어왔다. 나는 먼길을 돌고 돌아와 쉰다. 쉬는게 일상이 되어버린 나. 햇살 따사로운 둥지가 있고 산마루 산등성이가 곁에 있다. 하늘에는 기러기가 난다. 

 

 

 

 

 

 

 

가지치기 할 때가 좋다. 어지러운 세상. 어딘가 몰입하는 이 순간이 좋다. 나무를 어떤 모양새로 가꿀까는 전정가위를 든 손길이 가는대로 맡겨두고서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음을 알아차리곤 놀란다.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면 새록새록 생각이 많아진다고들 했다. 예부터 무심코 들어왔던 머나먼 이야기가 어느새 나에게 성큼 다가와 내가 그럴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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