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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소피아 로렌, '해바라기'

 

 

 

'해바라기' 영화를 관람한 건 1974년이다. 중앙청 서편에 있던 공보부 청사 강당에서다. 이태리 영화 '해바라기'를 수입했으나 해바라기가 소련 국화인데다 촬영 무대가 소련이어서 이념성 문제로 일반 시중에 개봉 허가가 나지 않았다. 당시 중앙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보기 드문 영화를 시사회 형식으로 가끔 보여주곤 했었는데 그 때 '해바라기' 영화를 관람했던 것.

 

전쟁의 비극에서 비롯된 남여간의 사랑 그리고 엇갈린 운명...  "아..." 소리가 절로 나온 소피아 로렌의 짠한 연기도 그렇거니와 끝없는 샛노랗게 핀 해바라기 벌판이 뇌리에 진하게 남아 해바라기하면 '해바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해마다 나는 해바라기를 심어왔다. 올핸 아예 해바라기 밭을 크게 가꿔볼 요량으로 미리 종자를 구해다 이른 봄에 비닐 하우스 안에서 모종을 만들어가며 해바라기를 정성들여 심었다. 둥글넓적한 황금빛 꽃테에 알알이 박힌 씨앗을 상상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해바라기 꽃이 전혀 피지 않았다. 키도 크고 허우대가 멀쩡한데도 덩치값을 못해 실망했다. 왜 그럴까?

 

며칠 전, 팔봉이발관에서 이발을 하다가 지난 봄에 해바라기 종자를 애써 나눠주신 관장에게 물어보았다. "우리집도 그랬씨유. 비가 많이 와서 그래유. 긴 장마." 대답은 간단했다. '비가 내리면 해바라기는 피지 않는다...' 지난 여름 장마는 백 년만에 올까말까한 장마였다... 그러나저러나 말라 빠진 해바라기 잔해를 언제 치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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