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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운수 좋은 날 & 기분 좋은 날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인력거꾼 김 첨지에게 그 날 하루는 결코 운수 좋은 날이 아니었다. 나의 하루를 돌아보니 농삿꾼인 나에게 오늘은 소소하게 '기분 좋은 날'이었다.

 

 

 

 

 

 

 

밭에서 갓뽑은 알타리무를 서울로 급히 택배로 보낼 일이 있었다. 인근 팔봉우체국을 들렀다가 이왕 나온 김에 잘 됐다하고서 이발소를 찾아갔다. 가을걷이다 뭐다 하느라 머리를 깎을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거 뭐냐? 오늘따라 '정기 휴일'.

 

 

저만치서 정원을 손질하고 있던 이발소장님이 나를 보고서 머리를 깎아주겠단다. 머리를 깎고 보니 앗차! 이발요금이 없다. 이발 계획이 없어 현금을 챙겨나오지 않았다. 도리없이 이발 요금을 외상으로 긋기는 난생 처음.

 

겸연쩍어 하며 나오려는데 이발소장님 말씀 : "과꽃, 꽃씨 좀 드릴까유? 울타리 근처에 지금이라도 뿌려두면 내년 가을에 이쁘게 필걸유."

친철하게 과꽃 화면을 찾아 보여주기까지 했다. 말로만 들어오던 과꽃. 과꽃 씨앗까지 한 병 가득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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