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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윤슬이 뜬 도내수로>

 

 

 

가을이 되면 노랑 파랑 물감이 눈앞에 아른거리며 그림 붓을 들고 싶어진다. 지난해 이맘 때 <도내수로에서 바라본 팔봉산>을 그렸다. 야심차게 화폭을 펼쳐놓고 시작했으나 그려놓고 보면 뭔가 미흡하고 어디엔가 미진하여 그리다 말다 하면서 올 삼복 한여름에서야 겨우 사인을 하고 끝냈다.

 

우리집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황금 들녘, 도내수로. 가을이 이슥해갈수록 가을 햇살에 역광이 되어 반짝이는 물비늘이 그윽하다. 귀촌 이후 해마다 마주하는 경치이건만 감탄만 하다 세월이 갔다. 올핸 반드시... <윤슬이 뜬 도내수로>라는 화제를 생각하며 이젤을 세우고 캔버스를 걸었다. 달포 전이다.

 

누릿누릿 벼가 익어가던 앞뜰은 어느새 황금 들판이 되었다. 간사지 논을 휘저으며 숨가쁘게 콤바인이 추수를 한다. 대봉감도 빨갛게 익었다. 세월이 좀먹냐 해삼이 남게 올라가냐 하며 쉬엄쉬엄 느긋하던 붓질이 나도 모르게 바빠졌다. 이젠 마감을 할 땐가. 사인이 뭐길래 마무리를 할 때면 늘 갈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