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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우한 바이러스>와 우리 농촌은 지금(1)



올해 감자농사는 포기했다. 안짓기로 했다. 밭을 갈아줄 사람이 없다. 지난해 같으면 2월 27일, 이웃의 도움으로 트랙터로 밭을 갈고나서 비닐멀칭을 하면서 곧장 미리 사다가 쪼개둔 씨감자를 심었다.

요즈음 이웃끼리 서로 내왕이 끊겨 밭갈이를 스스럼없이 부탁하기가 어렵다. 우한 코로나 때문에 서로 만나는 걸 예의상 피차 달갑지않게 생각한다.







지금 한창인 마늘밭 일만 해도 그렇다. 남의 밭 일을 서로 돌아가며 해주던 품앗이가 중단되었다. 자기 밭일은 자기 가족들끼리 엎드려 몇날 며칠을 하고 있다. 어쩌면 농촌 공동체 두레가 무너졌다.


아낙네들이 무시로 오가던 마실도 뚝 끊어졌다. 반찬꺼리로 주거니 받거니 이웃간 물물 소통이 없으니 갑자기 식탁이 빈곤해진 느낌이다. 마을이 조용하다. 나다니는 사람이 없다.

농한기의 노인들의 놀이터였던 마을 경로당도 문을 닫았다. 노인회 지회 예산으로 파견하던 요가 교실, 노래교실도 중단. 매년 이맘때 읍내 금강산 불고기집에서 하던 우리 반 단합 회식도 무기한 연기되었다.


모든 방송채널은 온통 코로나 이야기로 도배다. 온종일 실황 생중계를 해대니 국민이 지나치게 긴장한 측면도 있다. 초장에 중국발 우한코로나를 차단하지않은 비난이 폭주하자 신천지 핑계를 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건 시골 촌놈일지라도 알음알음으로 다 안다.

마스크 대란, 마스크 5부제라는 우습지도 않은 일에 웃는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 백 여개국에서 입국 금지라는 국제적인 오명을 뒤집어 쓴 대한민국. 한치 앞을 못보는 독선정치의 소치다.





오늘 이른 새벽에 마을 무선방송에서 이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 중으로 마을회관에 나와서 <농업경영체 등록>을 갱신하라고... 우리집은 변동사항이 없으니 나 대신 수고 좀 해달라고 이장에게 슬쩍 부탁하고 말았다. 마을회관 나갈 일을 하나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