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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농촌 아낙이 눈물 찍는 사연





밭에 약제를 살포하거나 물을 주기 위해서

큰 물통을 싣고 갈 경우

긴 호스를 풀었다가 당겼다가 하면서 잡아줄

조수가 필요한데 아낙네 몫이다.


경운기 적재함 꽁무니를 발판삼아

손잡이될 만 한 걸 붙잡고서 선채로

한 사람 정도는 딸려가듯이  

비집고 타고 갈 수 있다.


뒤따라 터덜터덜 혼자 따로

걸어갈 수는 없고 고육지책으로

흔히들 그렇게 한다.




 

어제

읍내 정형외과 물리치료실에 갔다가

대기실에서 순번을 기다리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농촌 보통 아주머니 

두 사람이 형 아우 하며 나누는 

이야기의 내용인 즉, 

 

......이 날도 밭에까지 물통을 싣고 가는데 뒤에 딸려 타고 온 줄 알았던 마누라가 없었던 것.

출발할 때 경운기가 급발진하는 충격에 마누라가 뒤로 굴러떨어진 줄도 모르고 남정네는 경운기 엔진 소음에 묻혀 혼자 열심히 운전해 갔던 것.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동그라진 마누라는 통증에 옴짝달싹도 못한채 누구한테 연락할 수도 없어 그대로 벌러덩 누워있었는데. 땅에 뉴워서 보니 하늘에 뜬구름만 보이더라는 것.


한참 뒤 몸을 추스려 엉금엉금 현장에 도착했더니...

"어디서 뭐 허다 이제 오누!?" 하며 남정네는 화부터 내더라는 것.

"사람이 안따라 왔으머 찾아봐야쥬?!" 모깃소리로 한마디 했더니 돌아온 말은...

"늦게 와서 무신 큰 소리여!?"





고물단지 경운기를 탓하랴.

무정한 남정네를 원망하랴.

흘러간 세월을 탓하랴.

 

농부의 아내는

눈물 찍는다.





내 넘 없이

우리 남정네들

언제 철 들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