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激情)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訣別)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작가와 시인이기 이전,
'지리산', '관부연락선'의 작가 이병주가
진주 농림학교 영어 선생으로 재직할 때
시인 이형기가 제자였다.
이병주 작가가 불혹의 나이에 본격
작가의 길로 들어선 반면.
이형기 시인은 약관 전(17 세) 등단해
우리 시단에 전무후무하다.
두 분 모두 문인으로 선 드물게
2십 년의 시차를 두고
부산 국제신문의 편집국장을
엮임했다.
이병주, 이형기 두 분은 작고하셨지만
나도 고향을 같이한다는 인연으로
살아 생전에 각각 우연찮게
대면할 기회가 있었다.
3, 4십 년 전이다.
오늘 '낙화' 동백을 바라보면서
이형기 님을 생각하고 연이어
이병주 님이 떠오른다.
무심한 낙화가
인연의 끈,
생각을 가져다 준다.
낙화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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